2000년대 중반 많은 의과대학들이 앞다투어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실제로 의과학분야의 논문실적은 많이 좋아졌으나 세계적인 평가기구에 의한 우리나라 고등 교육의 서열은 아직 낮다.
우리나라와 실제 100대 대학의 대학 지배구조를 비교하여 보면 우리와 같이 혼탁한 선거나 재단의 입맛이나 정치적으로 대학의 리더를 선발하는 예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즉 대개의 총장들은 보통의 교수와 다른 특별한 능력과 자질, 태도 또는 소양을 가진 사람들이어서 쉽사리 총장의 리더십에 대한 반기를 들지 못하고 리더에 대한 정치적 소용돌이도 없어 보인다.
교수, 학생, 그리고 일반직원의 대학 구성원 모두가 한 표를 행사하는 프랑스식의 총장선거를 보더라도 총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우선 남에게 무엇인가 보여줄게 있는 훌륭한 교원이고 그들이 가진 생각도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몇몇 대학은 총장선거에 끊임없이 도전하여 국회의원 후보를 연상케 하는 인물이 총장이 된 사례가 몇 번 있었고, 교원으로서의 기본적 역량을 무임승차로 해결하려다 문제가 되어 단명한 총장도 있었다.
교원으로서 부족한 자신의 역량을 보충하기 위해 평소에 지지세력 결집을 위한 각종 모임을 주선하며 비슷한 보직 지망생끼리 선거가 치러지기 전에 부총장, 기타의 보직자리를 가지고 정치적 거래(deal)도 서슴지 않고 진행한다.
법인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당선시키기 위한 공작도 열심히 하고 있다.
신임 의료원장, 의무부총장이나 의과대학장이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하려고 한다고 해도 결국 의료기관의 수입증대나 토목공사 확장에 대한 눈물겨운 자수성가 개발전략 일 것이다.
양적 성장의 개발중심적 사고는 가히 모든 의과대학의 공통과제이고, 모든 의과대학의 비전에는 최첨단 의학기술, 연구, 국제화 창의력 등의 문구가 가히 천편일률적이다.
결국 이런 리더십 구조는 유행 따라 삼천리 리더십으로 모든 의과대학과 병원이 비슷한 내용 이외의 것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리더십이 단골 혁신메뉴를 내놓아도 구성원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것들이고 반응도 신통치 않다.
많이 벌자, 많이 쓰자(글짓기). 답답한 리더는 자신을 따르지 않는 교원에게 섬김의 리더십을 강조하기도 한다.
박정권 후기에 아버지와 딸이 열심히 부르던 충효의 이중창이 즉각 떠올려진다.
미국은 중국이 공산화되기 전, 중국 의학교육 현대화를 위하여 특별한 재단을 설립했다.
China Board라고 명명된 이 단체는 중국이 공산화됨에 따라 미국을 지지하는 다른 아시아 국가로 사업을 변경하였다가 최근 다시 중국에서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이 재단은 우리나라 유수대학에 의학교육에 필요한 학교건물과 기자재를 지원했다.
1980년대 중반, 재단 총재 Dr. Patrick Ongly는 China Board의 지원을 받은 아시아 여러 나라의 의과대학을 둘러본 후 각 나라의 의학교육을 평가했다.
그는 연세저널 기고문에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폴 교원의 능력이 우수하다고 평한 반면 한국과 타이완의 교원이 교육, 연구, 임상진료 모든 분야에서 교원으로서의 역량이 부족함을 지적했다.
Dr. Ongly의 평가는 우리나라 의학교육에 대한 외부 세계의 유일한 외부평가라 할 수 있는 소중한 기록이다.
당시 일본은 이미 부자나라여서 원조 대상국이 아니었으나 평가를 받았었다면 연구를 제외한 교육과 진료 분야에서는 우리나라나 타이완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구 일본의 식민정권하에 과학과 기술을 바탕으로 의료기술자를 생산하는 ‘돈까스의학’의 삼국지이기 때문이다.
80년대의 교원이면 지금 리더 세대들의 스승이다.
물론 열악했던 사회, 문화, 역사적 배경으로 인하여 좋은 교원의 배출이 어려웠던 시절이었음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열악한 사회적 상황에 놓여있었던 싱가폴, 말레이시아, 홍콩의 교원에 대한 칭찬을 보면 반드시 배경과 환경만의 탓도 아닐 것으로 추측된다.
이들에게 배워 교수가 된 사람들이 바로 우리세대이고 지금도 부족한 역량을 대물림 하고 있다.
복권당첨이나 추잡한 선거의 밀거래와 같은 정치적 리더십은 착대(錯大:쪼다)현상에 의한 과대포장과 포플리즘으로 100대 대학의 청사진을 쉽게 제시한다.
실제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리더가 되기 위하여 교원으로서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구별하는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의 추구가 우선이다.
착대 리더십의 몽상(夢想)이나 망상(忘想)보다는 차라리 무상(無想)이 나을 수도 있다.
진정한 좋은 교원이 되기 위한 교원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 이상 교원연수회도 선거철 고무신 배급이나 신물 나는 경영 성공신화에 대한 신앙 간증이 되지 않게 하자.
몽상과 망상의 100대 대학진입은 돈보다는 명상과 정신과 치료가 우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