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지는 항상 '남에게 누가되는 일은 하지 말라'고 어린 시절부터 교육하셨습니다. 모든 부모님들이 다 같은 생각일 것입니다.
특히 남에게 빚을 지고는 살아가지 말라는 것이 대부분의 부모님의 공통적인 생각이 아니실까 생각합니다. 어린 마음에 차를 사고 싶어 중고차 시장에 가본일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 한 푼도 없으면서 멋진 차가 갖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자동차 매장으로 들어갔고 그렇게 '나의 소유물'을 처음으로 갖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자동차 금융(할부)을 이용해서였죠.
그렇게 차를 갖게 된 며칠 동안은 뛸 듯이 기뻤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고나니 대출금을 어떻게 갚아야 하는지 눈앞이 막막해지기 시작했죠.
하지만 그 당시 큰마음(?)을 먹지 않았다면 '평생 남이 운전하는 것만 바라볼 차'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출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꼭 세무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통상 이런 두 가지 시선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 돈 주고 산 것이 아니면 내 것이 아니다. 그러니 남에게 빚지고는 못산다."
"일단 필요하니 어쩔 수 없이 대출 받는다."는 시각과 "대출도 자산이다. 대출을 통해서 더 큰 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잠깐의 유동성(현금)이 필요할 뿐 평생 등에 지고 갈 것은 아니다."
의사를 위한 대출은 여러 가지 있습니다. 예전에 유행처럼 번지던 엔화대출. 그로 인한 피해도 상당했지만 개원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개원초기 자금을 위한 대출이 필요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출과 세금과의 관계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자기자본만으로 병원을 개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대출이 전혀 없이 개원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특히 임상경력이 짧은 의사가 병원을 개원하기 위해서 대출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개원 초기의 젊은 원장님과 상담을 하다보면 "3년 정도 열심히 벌어서 빨리 대출을 상환하고..."라는 말로 본인의 자금 계획을 이야기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대부분의 원장님들도 개원하시면서 생애 처음으로 거액을 대출받았다는 사실에 부담감을 느끼고 최대한 빨리 대출을 상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빨리 상환하고 보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고소득에 비해서 자산증가(부채감소)가 많은 경우, 세무조사의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습니다. 올해부터 세무조사를 강화하면서 신고 소득금액 대비 소비가 많던가(카드 사용금액 등), 자산증가(부채감소 포함)가 많기 때문에 소득을 불성실하게 신고하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로 세무조사 대상자를 선정합니다.
소비나 자산증가에 대한 증빙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이를 소득 누락으로 판단하고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것입니다. 성실하게 신고했다면, 신고소득 대비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소비금액이나 자산증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미국 국세청에도 우리나라 국세청과 비슷한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NRP라고 불리우는 이 시스템은 세무조사 대상자를 무작위로 선정하는 방식으로 인해 납세자와 공무원간의 마찰을 방지하고, 제한된 시간과 인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시스템을 통해 객관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세무조사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이야기 하는 데이터는 신고한 서류내용과 원장님들께서 지출하신 비용이 될 것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개원과 관련된 부채(대출)는 '이자비용'이라는 형태로 인정받습니다. 그렇다면 이자비용을 지급하면서 사용하는 부채의 원금은 언제 어떻게 상환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 부분에 대해 고려할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신고소득(NET)대비 외형(Gross)적으로 드러나는 부분
② 투자 관리적인 측면
③ 자금출처에 대한 문제와 관련된 부분
■외형적 부분
병원과 관련하여 발생한 부채는 재무제표와 연동하여 관리해야 합니다. 앞으로 이야기 드릴 부분이지만 실제로 대출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무언가 근거를 남기지 않으면 비용처리가 되지 않습니다.
즉, 대출 받으신 부분에 대해서 이자비용을 인정받기 위한 부채는 재무상태표상에 반영되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재무상태표의 부채 감소는 손익계산서상 당기순이익 범위 내에서 감소해야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빚을 갚은 만큼 남은 잔액은 줄어들 듯이 당연히 얼마나 남았는지를 표현해줄 필요가 있지만 이 부분은 원장님 보다는 세무대리인이 더욱 신경써야할 부분일 것입니다.
사업(병원)소득 외에 다른 수입(상속·증여, 양도소득 등의 수입)이 없는 사업자가 올해 벌어들인 소득을 초과해서 부채를 상환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3억 원을 대출받아 개원을 하고, 2년간 모든 대출을 상환했으니 이제부터 저축과 투자를 시작하고 싶다"며 제게 연락을 주신 원장님이 계셨습니다. 통상 개원 초년에는 결손이 발생하게 마련입니다. 즉,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들어가고 나간 것 따져보니 '마이너스'인 상태인 것입니다.
2년차 병원에서 순수익이 3억원이 발생하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손익계산서를 확인해보니 2년간 신고한 소득금액의 합계는 1억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대출을 상환하는데 나머지 2억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이런 경우 자금출처에 대해 소명하라는 통지를 받고,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되는 그야말로 최악의 경우가 발생합니다. 실제로 해당 원장님도 자금출처 소명에 대해 마땅히 증빙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 조사대상자에 선정되었습니다.
■투자 관리적 측면
외부자금의 차입 없이 병원을 경영하면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이 없고 자산 건전성은 향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용의 감소로 인한 소득세의 증가와 투자시기 상실에 따른 기회비용도 생각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병원이 현행 소득세율의 최고 세율인 38.5%(4대 보험까지 감안한다면 40%)의 세율을 적용받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적절한 비용 확보 측면에 있어서 개원자금으로서의 부채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적정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마인드와 방법이 있다면 부채 상환을 유보하고 유동성을 확보한 후 투자를 하는 것이 더욱 유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기업들이 수조원의 현금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경영이라면 우리나라, 아니 세계에서 손에 꼽을 수준의 경영진을 갖춘 대기업들이 굳이 대출을 일으켜 사업을 확장하거나 투자를 하는 것은 분명 실보다 득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추가로 자금이 필요할 경우를 고려하여서 대출을 상환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대출을 상환한 직후 병원을 확장하거나 이전하는 경우 등 큰 자금이 필요한데 대출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실제로 빈번하기 때문입니다.
계획보다 조기에 상환을 하는 경우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비용도 당연히 고려요소가 되겠지요.
■자금출처 소명
자금출처에 대한 소명요구는 소득세나 상속, 증여세에 대한 탈루 여부와 연관돼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일정 금액 이상의 자산을 취득하게 되면 세무서에서는 자금출처에 대한 소명을 요구합니다. <표 참조>
특히 부동산을 매입한 경우에는 자금출처에 대한 소명 안내문을 받을 수 있는데, 자금출처조사는 자산을 취득할 때마다 하는 것은 아니라, 10년 이내의 재산취득 가액 또는 채무상환금액의 합계액이 기준금액 미만인 경우에는 자금 출처조사를 하지 않습니다.
통상 80%이상 출처가 증명되어야 하며, 취득한 자산의 가액이 10억을 초과하는 경우는 출처가 소명되지 않는 금액이 2억 미만이면 출처가 소명된 것으로 인정합니다.
자금 출처를 소명하는데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대출입니다. 물론 개원을 위해 받은 대출을 부동산 취득에 사용한 것으로 출처를 소명할 수는 없겠지만, 대출을 상환하지 않고 있는 경우라면 소득금액의 대부분을 자산취득에 사용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가 훨씬 수월할 것입니다.
대출이 많은 경우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는 것을 보면 자금출처로써 대출의 효력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적으로 아파트의 경우 보유 물건이 3건 이상이면 자금출처에 대한 소명 요구를 받을 확률이 70% 정도입니다.
아파트 등을 취득하면 중도금 등 상당부분을 차입금으로 소명하게 되는데, 차입금이 일정금액 이상인 경우 국세청에서는 사후관리를 통해 상환여부를 확인합니다.
신고소득 범위 내에서 상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사실은 이제 이해하시겠지요? 실제로 판교 인근에 아파트를 구입하신 원장님들께서는 열명 중 아홉 명이 세무조사를 받으셨습니다. 물론 정치적 이슈가 있었다는 것을 빼놓을 수 없지만 말이죠.
결론적으로 대출은 무조건 빨리 상환하는 것보다 부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 자산관리적인 면이나 투자, 그리고 세무와 관련하여 유리한 점이 많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