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간판 절제술을 시행하면서 환자 보호자에게 감염 위험성 등을 설명했다 하더라도 환자가 이를 몰랐다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등법원은 최근 A의료재단으로부터 추간판 절제술을 받다가 창상감염이 발생한 정모 씨의 가족들이 병원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병원에 대해 위자료 2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정모 씨는 2009년 7월 허리 통증으로 A의료재단에 입원해 추간판 절제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직후 출혈이 발생했고, 병원은 창상감염을 의심해 균배양검사를 한 후 항생제를 투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수술 부위에 근염, 봉소염으로 감염된 조직 제거술을 시행했고, 수술 중 다시 균배양검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대장균에 감염됐다는 1차 균 배양검사 결과가 나왔고 항생제를 교체해 투여했지만 2차 균배양검사에서 수술 부위에 프로테우스 불가리스라는 균에도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환자는 대학병원으로 전원해 치료를 받던 중 폐렴으로 인한 심부전증으로 사망했다.
그러자 망인의 가족들은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창상감염과 폐렴이 발생해 환자가 사망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부산고법은 병원이 창상감염에 대한 과실이나 균배양검사 및 항생제 투여에 대한 과실이 있다는 원고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A의료재단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전반적으로 건강상태가 불량해 상처 치료나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만으로는 수술 부위의 감염 가능성 등에 관한 충분한 설명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특히 재판부는 "환자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에 있지 않았거나 의료진의 설명을 들은 보호자로부터 다시 그 설명을 충실히 전해들었다고 볼 자료가 없는 이상 설명의무를 충분히 이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환자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해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선택함으로써 중대한 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설명하지 않아 그 기회를 상실했다면 망인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