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협회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시작점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전공의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혹여라도 설문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노출되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 때문이다.
병협은 오는 5일부터 18일까지 전국에 총 271개 수련병원 및 기관에서 수련 중인 인턴 3182명, 레지던트 1만3149명을 대상으로 수련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1일 밝혔다.
설문은 총 35개 문항으로 전공의 수련환경 실태조사는 수련교육계획서에 따라 수련이 진행되고 있는지, 회진 및 진료, 학술활동 중 수련교육을 충분히 받고 있는 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와 함께 지도전문의에 대한 만족도, 수련시간, 당직일수, 병원 내 체류시간 등 수련환동 전반에 대한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질문도 포함된다.
또한 수련환경 실태조사와 함께 전공과목 선택요인에 대한 질문을 병행해 과목별 쏠림현상을 개선, 전문의 수급정책에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병협은 익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환으로 인터넷으로 설문조사 프로그램에 접속해 참여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서면으로는 아예 받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전공의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 모양새다.
A대학 전공의는 "낮은 평가를 받은 수련병원은 누가 어떤 평가를 내렸는지 확인에 나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하기 때문에 100% 솔직하게 답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병원신임평가센터가 수련병원과 전혀 무관하다고 하지만 병협 산하 기관이고, 임원 중에는 병원장이 포진돼 있는 구조에서 어떻게 100% 신뢰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김일호 회장은 전공의 과정을 마친 예비 전문의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사실 전공의들의 이같은 우려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전협은 지난 2005년에도 병원신임평가센터가 실시한 전공의 수련 실태조사의 한계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또 이후에도 계속해서 병협의 전공의 수련 실태조사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는가에 대한 의혹은 계속돼왔다.
결국 병원 경영자 단체인 병원협회가 전공의 수련 신임평가업무를 맡는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병원신임평가센터 측은 익명성 보장을 위한 방안을 충분히 검토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병원신임평가센터 관계자는 "온라인 설문 방식에 대해서 조차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익명성 보장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전공의 개인의 답변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를 통해 실태를 파악하는 게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설문 결과가 현장과 다르다면 힘을 받을 수 없으므로 익명성을 확보해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한 설문결과를 얻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번 설문조사는 전수조사를 목표로 하는 만큼 보다 많은 전공의가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를 시스템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상시적으로 설문을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