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대학병원에서 보직을 맡고 있는 K교수는 의료진들이 지역응급센터를 반납하라는 성화에 고민에 빠졌다. 그 역시 전문의 당직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무턱대고 센터를 반납하기에는 병원 경영상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개정 응급의료법 시행 이후 병원 경영진과 실제 당직 근무를 맡고 있는 의료진 간에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7일 병원계에 따르면 응급의료법 시행에 따라 야간에 콜을 받아야하는 교수 혹은 전문의들은 응급의료기관을 반납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을 운영하는 경영진 입장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의료인으로서 전문의 당직의 불합리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지만, 응급의료기관을 유지하는데 따른 정부의 지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500병상 규모인 A대학병원의 경우 지역응급센터 지정에 따른 응급의료관리료 명목으로 매년 약 7억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한다.
이와 별도로 지급되는 지역응급센터 지원금 1억 5천만원도 무시할 게 못된다.
지역응급센터로 지정됨에 따른 수익이 매년 약 8억 5천만원. 응급환자가 많을 때에는 1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K교수는 "당장 지역응급센터를 반납하면 순수익이 연 10억원 가량이 줄어드는데 현실적으로 반납하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현재 복지부는 권역 및 지역응급센터와 지역응급의료기관에 대해 응급실 운영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응급실 운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응급의료관리료는 권역 및 지역응급센터의 경우 환자당 3만 5700원, 지역응급의료기관은 1만 7570원이 지급된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전체 응급의료기관을 평가해 법정기준을 충족한 상위 80%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지원금을 차등지급하고 있다.
먼저 상위 40%에 해당하는 권역응급센터는 연 3억원을, 지역응급센터는 1억 9천만원, 지역응급의료기관은 9천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또 중위 40%안에 포함되는 권역응급센터는 연 2억원을, 지역응급센터는 1억 3천만원, 지역응급의료기관은 6천만원을 각각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도 복지부가 지정하는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융자 혜택이 제공되며 취약지역 응급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경우 추가적인 지원책도 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급의료법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면서 "차라리 권역 및 지역응급센터를 반납하자"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A대학병원 한 의료진은 "지역응급센터에 대한 복지부의 지원은 있지만, 당장 야간에 콜을 받아 밤낮으로 진료를 해야하는 의사 입장에선 수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B대학병원 한 교수는 "복지부가 응급의료기관에 대해 일부 지원하고 있지만 현재 수준에선 적자를 면하기 힘들다"면서 "그러다 보니 의료진들도 '어차피 운영해도 적자인데 해서 뭐하겠느냐'라는 식의 정서가 깔려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복지부가 하루 빨리 응급의료법 시행에 따른 수가 개선안이라도 내놔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