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이용한 의사국사시험 윤곽이 잡혔다.
국시원(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원장 정명현)은 의사국시를 종이로 보는 필기시험 대신 컴퓨터 시험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모색, 막바지 논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윤성 의사국시위원장(서울의대 법의학과)은 8일 "의사국시를 컴퓨터 시험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로 오는 2017년부터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걸림돌이 되는 것은 컴퓨터 시험에 대한 보안 시스템"이라면서 "이 문제만 해결되면 본격적으로 컴퓨터 시험에 적합한 문항을 개발, 5년 후에는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컴퓨터를 이용한 의사국가시험의 장점은 기존의 필기시험과는 달리 소리, 동영상 등 다면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필기시험에서는 글이나 사진으로 통해서만 문제를 제출했지만, 컴퓨터를 이용하면 심장박동 소리부터 환자의 상태와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동영상을 바탕으로 한 시험 문항도 가능해진다.
또한 수험생의 수준에 따른 맞춤식 테스트도 가능하다.
가령, 1단계 테스트에서 7문항에 모두 정답을 답한 수험생 A씨에게는 한 단계 수준 높은 문항을 제출, 2단계에서도 높은 성적을 거두면 3단계에서 더 수준 높은 문항을 제시하고, 여기서도 성적이 좋다면 합격시키는 식이다.
이와 반대로 1단계 테스트에서 7문항에 모두 오답을 답한 수험생 B씨는 2단계에서 한 단계 수준 낮은 문제를 제출하고 그 역시 오답이 많다면 3단계에서 더 수준 낮은 문제를 주고 여전히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불합격 처리한다.
이러한 방식이 적용되면 현재 의사국시는 총 450문항으로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하루종일 시험을 치러야 하는 불편이 사라진다.
물론 예외적으로 합격과 불합격 여부가 불투명한 중위권 수험생들은 계속해서 여러 단계를 거쳐 테스트가 진행되기 때문에 450문항을 모두 치러야하는 경우도 있다.
이 위원장은 "이제 의사국가시험도 수험생 맞춤식 시험이 필요할 때"라면서 "능력이 뛰어나다거나 실력이 기대 이하인 학생은 굳이 450문항을 평가하지 않아도 일부 문항만 가지고도 판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의사국가시험 일정도 현재와 달라질 수 있다. 컴퓨터 시험이다 보니 시험 일정도 1년에 한번이 아니라 몇 차례 실시하는 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들은 시험준비를 하느라 교과과정에 충실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면서 "시험을 1년에 한번이 아니라 횟수를 늘리고, 시험 응시 자격도 학년별로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시험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다만 수시로 응시하도록 할 순 없고, 횟수와 시험 일정을 제한하는 게 필요할 것"이라면서 "이와 함께 의사면허 지급 기준을 의사국시에 통과하고, 의과대학을 졸업하는 2가지 조건을 충족한 경우로 바꾸는 등의 조정이 요구된다"고 했다.
문제는 보안. 국시원은 컴퓨터 시험의 장점이 아무리 많아도 보안이 뚫리면 모든 명분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어떻게 보안을 지킬 것인지가 관건”이라면서 “사실 컴퓨터 시험으로 전환하면 수시로 응시할 수도 있지만, 보안이 취약해질 수 있어 횟수를 제한하는 등의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