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과 과잉공급을 우려하는 의료계의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열린 '공공의료인력 확충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서울대 간호대 김진현 교수는 의대 입학정원을 현 3천명 수준에서 2020년까지 6천명으로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의료에 종사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공립의대 및 의학사관학교 신설, 기존 국공립의대의 국가장학생 특례입학 등을 통해 일정기간 공공의료에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협 이재호 의무이사는 "공공의료 인력부족이 단순히 의사 부족에 기인한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1985년~2009년 의사 수 증가율이 216%로 OECD 평균 증가율(40.9%) 보다 5배 이상 높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의사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최근 복지부는 의료취약지 의사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외 특례입학을 통해 정원을 10% 가량 늘리는 방안을 내놓았다가 의료계가 반발하자 한발 물러선 상태다. 지방 대학을 중심으로 의대 신설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의대 신설 요구는 봇물 터지듯 여기 저기에서 쏟아질 것이 뻔하다.
하지만 의사인력 공급 확대론자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국내 상황에 대한 정확한 수요와 공급 통계를 제시하지 않고 OECD 자료만 들먹이고 있다. 또한 공공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왜 굳이 인력 확충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국가장학생 특례입학을 통해 일정기간 공공의료에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자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실장은 "서울대병원이 하면 공공의료이고, 연세의료원이 하면 민간의료인가"라고 꼬집고 있다.
무엇보다 한심한 것은 부실의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무조건 의사인력만 늘리자고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보면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돼 있고, 지방과 대도시간 의료격차도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의료수가 역시 형편없는 수준이지만 진료량은 매년 10% 이상씩 급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 수를 늘리면 그야말로 의료왜곡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왜 이런 심각한 문제는 외면하고 의사 수 늘리는데만 집착하는지 의도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