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영상장비 수가를 인하한지 두달 째. 의료기관들은 수가인하에 따른 수익 감소를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일 병원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중순부터 CT, MRI, PET 등 영상장비 수가가 각각 15.5%, 24%, 10.7%씩 인하 조치된 이후 병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선 검사건수를 늘리거나 비급여 진료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보존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상당수 병원 관계자들은 "현실적으로 대책이 없다. 수가를 인하한 만큼 마이너스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중소병원들은 최근 경기침체와 맞물리면서 경영난이 더욱 심각해졌다며 울상이다.
경기도 A중소병원장은 "대형병원과는 달리 영세한 중소병원에선 수익을 보존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면서 "이미 최소인력을 가동하고 있어 더 이상 인력을 감축할 수도 없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중소병원장은 "검사건수를 늘리면 되는 게 아니냐고 하지만, 괜히 잘못 늘렸다가 심평원 삭감 당하기 십상"이라면서 "오히려 수가인하 이후 심평원 심사가 강화되는 게 아닌가 위축돼 더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영상장비 수가인하에 따른 타격은 대학병원에서도 마찬가지다. 타개책을 모색해 보려고 해도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병원들의 공통된 분위기다.
일각에선 '그래도 대형병원은 검사 스케줄을 더 빠듯하게 잡고, 건진센터에서 수익을 내면 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S대학병원 의료진은 "검사 건수는 이미 최대치다. 더 이상 늘리면 병원 내 직원들의 원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건진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 된지 오래다. 센터에서 더 이상의 새로운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B대학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그나마 수익이 발생하는 부분은 수가를 인하하고, 적자를 내는 부분에 대해서는 대책을 세워주지 않는 식"이라면서 "도저히 병원 경영을 유지할 수 없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립대병원 한 보직자는 "대책도 없고 전략도 없다. 수가인하된 만큼 수익이 감소하는 수 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계속해서 이런 식의 정책을 추진할 경우 장기적으로 볼 때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