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균감염증 치료제 보리코나졸(voriconazole)의 치료적 약물농도 모니터링(therapeutic drug concentration monitoring, TDM)이 부작용으로 인한 약물 중단률을 낮추고 진균감염증에 대한 치료 성공률을 높인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서울대병원 박완범 교수(감염내과), 유경상, 장인진 교수팀(임상약리학과)은 연구팀은 2008년부터 약 3년 간 서울대학교병원에 내원한 11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를 밝혀냈다.
치료적 약물농도 모니터링이란, 약물치료 도중 환자의 혈액에서 약물농도를 측정한 후 이를 기반으로 개인별 최적(맞춤형) 용량을 산출하여 처방에 반영하는 과정.
이는 상용량 투여 후 개인 간 농도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일부 약물에서 치료효과를 높이고 독성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고 알려져있다.
또 침습성 진균감염은 곰팡이균이 환자의 혈액이나 조직에 침투, 증식함으로써 환자의 장기를 손상시키는 질환으로 골수이식환자와 같은 면역억제환자에게 치명적인 감염병이다.
이때 보리코나졸은 아스페르길루스(곰팡이균의 일종)에 의한 침습성 진균감염에서 으뜸치료제로 쓰이지만 약물농도의 개인차 및 개인 내 변화가 심하고 특히 일부 아시아인에서 매우 느리게 대사되는 특징이 있었다.
이에 따라 보리코나졸의 치료적 약물농도 모니터링은 그 유용성에 대해서 정확한 임상시험 결과가 없었던 관계로 전문가 내에서도 최근까지 찬반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태.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지난 2008년부터 약 3년 간 서울대학교병원에 내원한 110명의 침습성 진균감염 환자를 두 군으로 나누어 한 군(비교군)은 치료적 약물농도 모니터링을 통해 약물용량을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다른 한 군(대조군)은 기존의 통상적인 용량을 사용하도록 한 후, 두 군 간에 부작용과 치료효과를 비교하는 전향적, 무작위, 대조군 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부작용으로 인한 약물 중단률이 대조군에서는 17%였으나 비교군에서는 4%였으며, 치료 성공률은 대조군에서는 57%인 반면 비교군에서는 81%로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차이는 침습성 진균감염이 확진된 환자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박완범 교수는 “국내 환자의 경우 구미에서 권장되는 통상적인 용량의 보리코나졸을 사용하였을 때 40% 환자에서 혈중 약물농도가 독성 농도에 도달했다”면서 “이는 한국인의 약물대사효소 유전형이 서양인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보리코나졸에 대한 치료적 약물농도 모니터링이 국내 환자에서 더욱 중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유경상 교수는 “최적화된 맞춤약물요법의 새로운 근거를 생성하게 된 점과, 장기간의 공동연구를 통한 임상약물요법 협력모델을 제시한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임상약리학과(과장 장인진 교수)에서는 현재 20여건의 공동연구를 통해 약물요법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과제를 수행 중에 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일반연구자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감염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미국 감염학회의 공식 학술지인 임상감염질환지(Clinical Infections Diseases) 최신호(10월호)에 게재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