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천여명의 전문의가 배출됨에도 불구하고 응급실 당직 전문의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도대체 왜 그럴까.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내과)가 최근 서울대병원 웹진 10월호 e-Health Policy '보건의료정책 핫이슈'에서 그 원인과 앞으로 응급실 당직 전문의 제도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제시했다.
허 교수는 먼저 저수가정책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필수적인 의료행위일수록 원가에도 못미치는 수가로 진료하게 돼 있어 시설투자는 물론이고 인력충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응급실에서도 필수적인 전공일수록 응급이나 당직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육체적으로 힘들어 젊은 의사들의 지원을 기피한다"면서 "해당분야 전문의도 전공분야와 개원의로 비급여진료에 치중해 응급실 당직전문의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직전문의 기피현상은 수련의들의 과도한 근무를 전제로 유지해왔던 의료현실과도 연결돼 있다고 봤다.
병원들이 저수가정책에도 경영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련의, 전임의와 같은 젊은 의사의 노동이 전제돼 있었기 때문인데 최근 응급실 당직근무 논의과정에서 전공의들이 이를 거부하자 병원들이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전문의 교육제도가 점차 세분화 되고 있는 것 또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인구가 고령화될수록 복합적인 질환이 늘어나는데 이런 환자를 진료하려면 5~6명의 세부전문의를 동시에 호출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허 교수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의료행위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의사의 희생만 강요하는 저수가정책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얘기다.
그는 "일각에선 의과대학 정원을 늘려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 있지만 저수가정책이라는 기형적인 의료제도가 없어지지 않는한 과거의 악습은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전문의의 초과근무를 전제로 제도를 운영할 경우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경고하고 "당직 전문의의 추가 노동이 계속된다면 응급실 내 전문의 인력난은 해소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는 끝으로 응급실 전문의 당직제도를 추진하는 데 있어 미국의 사례에서 답을 찾을 것을 제안했다.
지난 1986년 당시 미국 또한 전문의들이 응급실 당직을 기피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미국은 이를 해결하고자 응급상황에서 통합적인 진료를 할 수있는 내과계 질환 출신의 상주 전문의를 채용하는 '호스피탈리스트'제도를 도입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허 교수는 "지난 10년간 내과전문의 중 호스피탈리스트로 활동하는 의사가 급증해 현재 3만여명에 달한다"라면서 "이를 위해 세부전문분야 중심으로 돌아가는 전문의제도에서 벗어나 통합적인 진료를 위한 교육으로 재편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