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기관에 대한 평가 기준 및 방식이 매년 바뀜에 따라 일관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시 보라매병원 송경준 교수(응급의학과)는 9일 '바람직한 병원평가 기준제시'를 주제로 열린 서울대병원 병원의료정책 추계 심포지엄에서 응급의료기관 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보라매병원의 경우, 2007년에는 서울 지역응급의료센터 6위에서 다음해 최우수 등급 평가를 받았지만 2009년 하위 50%, 2010년 하위 20%, 2011년 중위 40% 평가를 받는 등 극과 극의 결과가 나왔다"면서 평가기준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송 교수는 먼저 현지평가 일정, 서면평가 선별 및 심사 방법, 평가결과 통보 방식 등에 대해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2008년 현지평가는 중앙응급의료센터 평가 후 시도에서 평가했다가 2009년 중앙응급의료센터와 시도가 동시에 평가했고, 2010년에는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일괄 평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또 2011년에는 권역·전문·지역응급의료센터는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평가하고, 지역응급의료기관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평가한 이후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필요할 경우 추후 점검하기로 했다.
서면평가 심사원 또한 매년 달라졌다. 지난 2008년에는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맡았지만 2009년에는 간호협회로 변경됐다.
이어 2010년에는 응급의학회, 심장학회, 병원응급간호사회 등 각 단체 전문가가 심사단으로 구성됐고, 2011년에는 중앙응급의료센터 자체 심사단과 응급의학회 전문가가 진행했다.
송 교수는 "모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지난 2008년 이후 4년 연속 법정기준에 미충족하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지정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어 "열심히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응급의료기관이 좋은 평가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평가기준이 마련돼야한다"면서 "이를 위해 응급의료기관을 평가하는 전문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진료 적정성평가의 자료 공개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서울대병원 김형관 교수(QA센터)는 "적정성 평가 결과를 공개하려면 지표의 타당성과 공정성이 검증된 이후에 진행돼야한다"면서 "현재의 평가지표는 타당성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가자료 공개에 따라 일부 의료기관은 본질적인 개선보다는 편법으로 대응하거나 행정 낭비가 극심한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대병원 이은봉 기획부실장은 병원인증평가 및 국제인증평가가 중복됨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기획부실장은 "인증평가는 의료기관의 지속적인 질 관리를 위한 효율적인 방안으로 단기간에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기준의 객관화, 조사의 표준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최근 일부 병원들이 국제인증에 참여하면서 기준의 차이로 혼란스럽고 비용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조속히 국내 인증제도를 국제화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내외 의료기관 평가현황을 발표한 서울대병원 대외정책실 우홍균 부실장은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 기능이 강화돼야한다"면서 "특히 평가와 관련해 의료기관의 부담을 줄이는 법적인 보호장치를 마련해야한다"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