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확인청구했다고 병원에서 으름장…자진취하율 23%"
"강압적 종용에 의한 취하는 2011년 4건에서 올해에만 7건으로 더욱 늘었다"
"갑상선과 척추, 슬관절의 심사 조정률을 감안할 때 포괄수가제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
민주통합당 양승조 의원은 2011년 심평원 국정감사에서 "2010년 상급종합병원 1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본인부담금 기획조사 결과, 환자 10만명에게 31억원의 본인부담금을 부당 과다징수했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환자 본인부담금 과다징수, 이른바 임의비급여가 핫이슈로 다뤄졌고, 의료계는 그야말로 국민들로부터 몰매를 맞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올해 6월 대법원은 여의도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사건과 관련, 기존 판례를 파기했다.
당시 대법원은 임의비급여라 하더라도 ▲의학적 불가피성 ▲의학적 필요성 ▲환자 동의 등 3대 조건이 성립하면 예외적으로 과다본인부담금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이 '임의비급여=본인부담금 과다청구'라는 기존 판례를 파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2012년 국정감사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은 본인부담금 과다청구에 대해 지난해와 다른 각도에서 접근했을까?
환자 본인부담금 과다청구(임의비급여)란 급여 대상 진료비를 비급여로 받거나, 치료재료비용이 수가에 반영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산정한 것을 의미한다.
식약청 허가사항을 초과한 약제를 사용하고 그 비용을 부담하게 하거나, 선택진료비를 과다청구하는 등의 유형도 여기에 포함된다.
국회 보건복지위 최동익 의원은 9월 18일 '병원들의 진료비 과다청구 대책 마련 시급'이라는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했다.
요지는 지난 3년간 환자들이 심평원에 민원을 제기한 진료비 확인청구 9만 4천건 중 43%가 진료비 과다청구이며,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무려 50%에 육박한다는 것이었다.
3년간 과다청구액이 156억에 달했다는 표현도 곁들였다.
또 최 의원은 진료비 과다청구 가운데 53%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을 환자들에게 비급여한 것이며, 환자들이 진료비 확인청구를 했다고 병원에서 으름장을 놓는 바람에 23%가 자진취하했다고 폭로했다.
상당수 언론은 최 의원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기사화했다.
대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최 의원의 보도자료를 보면 의료기관들은 여전히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바가지 씌우는 매우 불량집단인 것이다.
그러자 의료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병협은 국회의원실을 일일이 방문하며 사실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병협 박상우 전문위원은 "진료비 확인 민원은 건강보험의 비용효과성을 우선시하는 요양급여기준과 의료 현실과의 괴리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심평원이 제출한 통계 현상만 가지고 접근했다"고 꼬집었다.
의협도 "전체 진료비 중 과다청구액을 따져보면 2011년 총 진료비 46조원 중 36억으로, 그 비율이 0.008%에 불과할 정도로 극히 미미하다"면서 "더 이상 선량한 의료인들을 불법행위자로 매도해 불신을 조장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최 의원은 "이렇게 진료비 확인요청건 중 40% 이상이 과잉청구됐다고 하면 누가 병원을 믿고 의지하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의료기관의 의학적 불가피성을 따져 과다청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과는 거리가 멀다.
최 의원은 한 술 더 떠 "지난 3년간 진료비 확인요청한 9만 3393건 중 자진취하가 약 22.8%인 2만 1262건으로 나타났다"고 환기시켰다.
그럼에도 최 의원 이를 "병원들이 진료비확인을 요청하는 국민들에게 자진취하를 '종용'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병원에서 으름장을 놓는다"고 몰아갔다.
그가 배포한 보도자료 그 어디에도 취하 종용 근거가 없지만 마치 의료기관들이 환자들을 협박하고 있는 것처럼 자료를 만들었다.
같은 날 김성주 의원의 보도자료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였다.
김 의원은 "진료비확인제도 시행 이후 잦은 취하로 인해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면서 환자 보호 대책으로 2010년 10월부터 취하서를 제출할 때 취하유형을 기재토록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압적 종용에 의한 취하가 2011년 4건에서 올해에만 7건으로 더욱 늘었고, 향후 치료상 불이익 우려와 같은 건수가 14건 증가해 효력이 의문시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올해 환자들이 취하한 전체 건수나 취하 유형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병협이 공개한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 진료비확인 민원을 청구했다가 자진취하한 건수는 총 2593건.
이중 18%는 병원으로부터 환불을 받았고, 무려 52%는 병원의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이해해 취하했다는 사유서를 냈다.
김 의원이 지적한 강압적인 취하종용 사례 7건은 전체의 0.3%, 향후 진료상 불이익을 우려한 유형은 121건으로 4.7%에 지나지 않았다.
의료기관이 민원 취하를 종용한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마치 이런 비율이 엄청나게 높은 것처럼 보도자료를 뿌린 것이다.
이어 그는 "진료비확인 신청 과정에서 심평원이 병원 측에 환자의 정보를 요구하면 병원이 자연스레 신청 여부를 알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힘 있는 대형병원들에게 불이익을 당할까봐 환자들이 오히려 눈치를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병원측이 환자의 신청 여부를 알지 못하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황당한 주장도 이어갔다.
환자가 진료비확인을 요청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소명 기회 자체를 박탈하라는 것인지, 압수수색이라고 하라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민주통합당 양승조 의원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자료를 들이대며 포괄수가제를 확대하라고 윽박질렀다.
양 의원은 9일 공단 국정감사에서 "갑상선과 척추, 슬관절 등 과잉수술이 우려되는 질환에 대한 포괄수가제 확대 도입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양 의원은 인구 10만명 당 2007년 대비 2010년 수술 증가율이 슬관절 37%, 척추 42%, 갑상선 43%에 달한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이어 그는 올해 상반기 현재 심사 조정율이 백내장과 항문의 경우 2%대에 불과하지만 갑상선이 21.6%, 슬관절 전치가 43.3%, 일반척추가 50.2%라며 의료기관이 과잉수술을 하고 있다고 못 박았다.
양 의원은 "7월 시행 중인 백내장 등 7개 질환군의 포괄수가제는 과잉진료를 줄여 건보 재정에 기여하기 위한 취지"라면서 "갑상선과 척추, 슬관절의 수술 증가율과 조정처리 등을 감안할 때 포괄수가제 도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양 의원 역시 이런 민감한 화두를 던졌지만 각 수술별 청구액 대비 삭감비율, 행위별 삭감유형, 삭감 사유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메디칼타임즈 기자가 양 의원실에 과잉수술 근거자료를 요청하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양 의원 측은 "심평원에 진료비 조정액과 조정사유를 요구했지만 데이터가 방대하다는 이유로 자료를 받지 못했다"면서 "심사 조정비율을 과잉수술로 해석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는 주장에 일부 공감하지만 개연성은 높다"고 해명했다.
개연성이 과잉수술로 규정되고, 포괄수가제 확대 근거자료로 세탁된 것이다.
함량 미달 국정감사로 인해 매년 돌팔매질을 당하는 쪽은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의료기관과 의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