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값이 싼 아스피린의 정기적인 복용이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결장직장암 환자의 생존율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하버드의대 앤드류 챤 교수팀은 PIK3CA 변이를 가진 환자에게 결장암 진단 후 5년간 아스피린을 복용시켰더니 97%가 생존해 있었다.
반면, 아스피린을 복용하지 않았던 군은 단지 74%가 생존하고 있었으며, 결장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82% 감소됐다(HR 0.18, P<0.001)고 10월 25일자 NEJM에 밝혔다.
한편 유전자 변이가 없는 환자에서는 아스피린으로 인한 생존율 개선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챤 교수는 "이전 연구에서 PTGS2 효소가 나타난 환자에서 아스피린 보조요법의 효과를 확인한 바 있으나 면역조직화학 분석에서 효소의 표준화가 어려워 다른 생물학적 표지자를 찾게 됐다"면서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PIK3CA 변이는 결장직장 종양 중 15~20%에서 나타나고 암 신호 경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좋은 표지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PIK3CA 변이의 경로는 아스피린에 의해 차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아스피린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전향적 코호트 연구 2건(Nurses Health Study와 the Health Professionals Follow-up Study)을 분석했다.
이 중 PIK3CA 정보가 확인된 결장직장암 환자는 964명이었고 반 이상이 여성이었으며 평균 연령은 68세였다.
대상자들은 관절염이나 두통개선 혹은 심혈관 질환 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했다. 13년 추적 동안 395명이 사망했고 이 중 190명은 암으로 인한 사망이었다.
대상자 가운데 PIK3CA 변이가 있는 환자 중 암 진단 후 아스피린 복용군은 66명, 비복용군 95명이었고, PIK3CA 변이가 없는 환자 중 아스피린 복용군은 337명, 비복용군 466명이었다.
연구 결과 PIK3CA 변이가 있는 환자에서 5년 이내 사망률은 아스피린 복용군 3%, 비복용군 26%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PIK3CA 변이가 없는 환자에서는 아스피린 복용여부에 관계없이 사망률이 15%대였다.
변이가 있더라도 암 진단 전에 아스피린을 복용했을 땐 효과가 없었다. 이는 염증, 아스피린 및 암의 분자생물학적 상태 사이에 작용하는 "암의 진화"에 따른 특이적 상황으로 설명할 수 있다.
또 다른 하위분석에서 연구팀은 PIK3CA 변이와 PTGS2 양성을 모두 가진 환자군에서 아스피린의 생존율 개선 효과가 더 큰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대상이 된 서브그룹의 수가 적었고 치료나 재발에 대한 정보가 결여되었기 때문에 결과 판단에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면서 "서브그룹 분석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좀더 커다란 코호트에서의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논문에 동반된 논평에서 버밍햄 알라바마대학의 보리스 파쉐 박사는 "이번 결과들이 흥미롭고 매력적인 시선을 끌지만 아직 예비단계의 결과로 여겨질 필요가 있으며, 이번 연구에 포함된 환자의 수가 적은 관계로 전향적인 연구들로서 정당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다시 한번 주의를 당부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연구결과가 다시 입증이 된다면 아스피린의 사용이 결장직장암의 치료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아스피린이 21세기 표적치료에 사용되는 최고(最古)의 약제가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