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복을 입은 치매 환자가 병원 밖으로 걸어나가는데 이를 제지하지 않아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요양병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내려졌다.
치매 환자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병원이 환자를 방치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부산지방법원은 최근 요양병원이 치매 환자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그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31일 판결문을 통해 "요양병원은 치매 등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들을 유료로 보호, 관리하는 일이 업무"라며 "환자가 병원을 이탈하도록 방치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월 유족들이 치매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A요양병원에 위탁하면서 일어났다.
중증도 인지장애 소견을 받은 이 환자는 입원 3일만에 병원을 이탈했고 결국 다음날 인근 해변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그러자 유족들은 환자가 병원 밖으로 나가는 것을 제지하지 않은 것은 병원의 관리소홀이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
재판부는 "환자가 어떤 제지도 받지 않고 병원 밖으로 나갔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걸렸는데도 병원 직원 누구도 이를 막지 않았다"며 "결국 환자의 행동을 세심히 관찰하며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특히 법원은 관련 CCTV 자료를 모두 지운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법원이 CCTV 자료를 요구하자 모두 지워져 제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며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러한 자료를 지웠다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설사 이러한 해명이 사실이라 해도 이 문제만 봐도 병원의 허술한 운영, 관리 실태를 짐작할 수 있다"며 "병원은 이러한 관리책임 부실에 책임을 지고 원고 4명에게 각 800만원씩 총 32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