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의료진이 환자를 직접 관찰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낙상사고에 대한 관찰의무를 게을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부장판사 이진만)는 최근 은 모씨가 A의료기관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은 씨는 A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던 중 낙상하자 4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1심에서도 패소한 상태다.
2008년 9월 당시 만 72세였던 은 씨는 섬망증상이 있었으며 새벽 1시부터 4시 경까지 A병원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 소리를 지르고, 헛소리를 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당시 은 씨는 침대에서 일어나거나 나가려는 등 낙상 위험이 더 높아졌다고 볼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고, 6시경 배고픔을 호소해 식사하고 양치도 하는 등 갈수록 안정을 취해갔다.
은 씨의 간병인 역시 환자 옆을 지키고 있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환자의 상태가 병원 의료진으로 하여금 직접 곁에서 지속적으로 낙상을 감시해야 할 의무를 부과할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 낙상사고가 발생할 당시 병원 의료진이 환자 곁에서 직접 관찰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관찰의무를 게을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병원이 억제대를 사용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는 원고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섬망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낙상 위험만을 근거로 억제대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으로는 낙상을 방지하기 어렵거나 그 위험이 매우 높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만 72세 가량의 노인이라서 재빠른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고, 설령 환자가 침대에서 혼자 내려오려고 했더라도 간병인만 깨어 있었다면 낙상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낙상사고 직전 환자의 낙상 위험이 예전보다 높아졌다고 보이지 않는 점에 비춰보면 병원 의료진이 환자에게 억제대를 해야 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환자에게 만성신부전증과 폐질환 등의 기저질환이 있어 진정제를 사용하기에 적절하지 않고 낙상위험만을 이유로 중환자실로 전실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