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유방암 세포가 스스로 자신을 죽이는 항암 약물 조합을 규명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KAIST 조광현 석좌교수는 최근 암억제 유전자(p53)의 분자 조절 네트워크를 제어해 유방암 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약물 조합을 규명했다고 19일 밝혔다.
p53은 유전자의 수호자로 알려져 있으며 암 억제 단백질로 세포의 증식 조절과 사멸 촉진 등 세포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의 세포가 손상되거나 오작동하면 p53은 세포주기의 진행을 중단시켜 손상된 DNA의 복제를 억제하고 손상된 세포의 복구를 시도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때 만일 세포가 복구될 수 없다고 판단되면 p53은 세포가 스스로 자살하도록 유도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암세포는 이러한 p53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성질도 있다.
이에 따라 이를 인위적으로 조절해 암 치료에 응용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져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에 따라 조 교수팀은 p53을 중심으로 관련된 모든 실험 데이터를 집대성해 p53의 조절 네트워크에 대한 수학모형을 구축했다.
또한 대규모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p53의 동역학적 변화 특성에 따른 세포의 증식 또는 사멸 조절과정을 밝혀내고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 조 교수팀은 수많은 피드백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p53 조절 네트워크의 다양한 변이조건을 규명하고 이에 대해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과 세포 생물학실험을 통해 핵심 조절회로를 발견했다.
특히 유방암 세포의 네트워크 모형을 통해 이러한 핵심회로를 억제하는 표적약물(Wip1 억제제)과 기존의 표적항암약물(뉴트린, nutlin-3)을 조합하면 유방암 세포 사멸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을 규명했다.
아울러 실제 유방암 세포(MCF7)를 이용한 세포실험에서도 이같은 기전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새로운 약물조합 방식의 항암제가 개발된 것이다.
조광현 교수는 "세포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분자들은 대부분 복잡한 조절관계 속에 놓여있어 생물학 연구로 그 원리를 밝히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며 "이번 연구는 시스템 생물학으로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암세포의 조절과정을 네트워크 차원에서 분석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아 세계적인 권위인 SCIENCE지의 첫 번째 자매지인 'Science Signaling'지 20일자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