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사고로 머리를 다친 할머니는 5분 거리에 있는 동네병원 응급실을 놔두고 30분 떨어진 상주까지 이동하던 중 사망했다. 트럭사고를 당한 마을 주민 역시 30Km 떨어진 안동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하던 중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유가족들은 "응급처치만 해도 살 수 있었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왜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지난 24일 방송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어느 시골 마을의 경고'편에서 구멍난 응급의료체계에 대해 조명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시골 마을의 응급의료를 책임지던 응급실이 폐쇄될 수 밖에 없었던 배경과 그 후 마을에 불어닥친 재앙을 여과없이 담았다.
잇딴 불상사의 원인은 지금까지 의성군 주민들의 응급상황을 책임져 온 동네 병원들이 응급실을 폐쇄했기 때문.
평소 응급환자가 발생할 때마다 의성군 주민들은 5분 거리에 있는 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조치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의성군에서 응급실을 운영했던 병원 3곳 모두 응급실을 폐쇄하면서 살릴 수 있는 환자를 놓친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병원 3곳 모두 응급실 운영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취재한 결과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응급실 운영을 중단했다는 한 병원장은 제작진에게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할머니는 내 이웃인데 살리지 못해 처참하다"면서 눈물을 보였다.
병원장은 "응급실 폐쇄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서 "지난 8월 복지부가 발표한 응당법에 따르면 응급실을 운영하려면 진료과목 수만큼 당직 전문의가 상주하거나 1시간 이내에 진료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응급실을 유지하려면 최소 당직 전문의 1명, 간호사 5명은 있어야 하는데 정부 지원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를 어기면 처벌까지 있다"면서 "과태료에 의사면허 정지까지 감수하면서 응급실을 유지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병원 이사장은 의사, 간호사 인건비를 주면서 응급실을 유지하려면 하루에 100명 이상의 환자가 와야 하는데 시골에서 하루에 3~5명도 있을까 말까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투자는 힘들다고 환기시켰다.
의성군 한 주민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복지부의 탁상행정 때문에 그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오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응당법의 문제점에 대해 일부 인정하면서도 "국회에서 큰 틀이 정해진 상태여서 어쩔 수 없었다"라면서 책임을 넘겼다.
당초 이 법안을 발의한 전혜숙 전 의원은 "법안의 취지는 지방에서도 주민들이 제대로된 응급조치를 받도록 하자는 것으로 문제가 없었다"면서 "법안을 논의, 수정하는 과정에서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즉, 당초 취지는 좋았지만 논의 과정에서 땜질식 제도가 됐다는 얘기다.
제작진은 "정부가 의견수렴 과정 없이 갑작스럽게 법안을 만들다가 문제가 터지고 난 후 그제서야 전문가에게 의견을 묻고, 대안을 마련하는 식으로 진행했다"면서 전형적인 탁상행정에 땜질식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윤(서울의대ㆍ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이런 정책은 환자를 중심에 놓고 국민들이 응급의료 조치를 잘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정부와 병원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면서 현재 제도의 틀에서 땜질하려고만 해선는 해답을 찾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