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질향상 학회가 포괄수가제의 부당성을 지적하기 위해 별도의 세션을 만들며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정작 복지부가 행사에 불참하면서 허공에 메아리가 됐다.
특히 복지부는 행사 직전까지 발제자를 바꾸다가 결국 학회 개최 전일 건정심을 핑계로 모두 불참하면서 빈축을 샀다.
한국 의료질향상 학회는 30일 대구 EXCO에서 개최된 추계학술대회에서 포괄수가제에 대한 심포지엄 세션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 발제자로 나선 송형곤 의협 대변인(사진)은 포괄수가제 도입의 배경과 문제점에 대해 지적하며 복지부에 맹공을 퍼부었다.
송 대변인은 "어느 한 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시행하는 제도라 해도 우리나라에 통용될 것이라는 것은 착각일 뿐"이라며 "이미 포괄수가제 강제적용으로 수많은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예로 제시한 내용은 우선 마취과 전문의 초빙료다. 포괄수가제 하에서는 마취과 전문의 초빙료가 산정되지 않아 상당수 외과 의사들이 직접 마취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송 대변인은 "현재 마취과 전문의를 초빙하기 위해서는 최소 15만원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포괄수가제 전문의 초빙료는 4만원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결국 마취사고 등 의료사고를 정부가 조장하고 있는 꼴"이라며 "이러한 문제점은 이미 복지부와 심평원도 인식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보험심사간호사회 이영 회장(서울아산병원)도 조목조목 항목을 지적하며 포괄수가제 도입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이 회장은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충수절제술과 담낭절제술을 받은 환자가 있었지만 결국 포괄수가제로 한가지 수술밖에 청구할 수 없었다"며 "또한 두 눈에 모두 백내장이 생겨 수술한 환자도 단일 백내장으로 청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특히 간호등급제를 통한 입원료 차등제가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는 것도 문제"라며 "정부 정책이 상충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 이러한 지적에 답해줄 사람은 없었다. 보건복지부가 행사 직전 불참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날 정부 측 발제자로는 고선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포괄수가실 팀장이 대신 참석했다.
고 팀장은 "어제 밤 갑자기 연제 발표 요청이 들어와 많은 것을 준비하지 못했다"며 "특히 심평원은 정책 수립기관이 아니라는 점에서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말은 한계가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이로 인해 고 팀장은 각국의 포괄수가제 도입 현황과 그간의 연구연혁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뒤 연단에서 내려갔다.
이날 좌장을 맡은 이상흔 교수(경북대 의무부총장)는 "복지부가 참석하지 않아 포괄수가제 세미나가 반쪽짜리가 됐다"며 "활발한 토론을 기대했는데 너무 아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