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계에 약가인하 악몽이 계속되고 있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희망찬 내년을 기대해야 할 시기지만 그 무엇하나 나아질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내년도 연봉 협상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암울하다. 임금 인상은 커녕 안 잘리면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할 정도다.
실제 다국적 A사는 연봉 협상이 난항에 빠져있다.
회사가 내년도 연봉인상률을 1.7%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약가인하, 신제품 고갈 등의 이유를 들어서다. 10%를 요구한 노조의 반발은 당연했다.
이런 연봉협상에서 이상기류는 국내 제약사 쪽에서 두드러진다.
다국적사와 달리 어려울수록 어느 정도 불이익은 감수해야한다는 기조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임금이 물가상승률만큼만 올랐으면 좋겠다' '안 잘리면 다행이지 임금 인상은 바라지도 않는다'는 국내 제약사 관계자들의 소박한 소망은 이를 잘 반영한다.
예상대로 약가인하 후유증은 컸다. 경영 실적이 악화되면서 희망퇴직, 결원 직원 미충원, 연봉 협상 난항 등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건보재정 안정화 정책은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 강도가 지나치면 이런 부작용은 필수적으로 따라온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그것도 장기간 말이다.
약가인하는 이미 쏘아놓은 화살이요 엎지러진 물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예측 가능하고 산업이 큰 타격을 받지 않는 범위에서 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일단 때려놓고 보자는 식의 자세는 더 이상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