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는 지난 토요일 병의원 토요일 휴무가 60%에 이르렀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고, 집의 할머니께서는 병원에서 진료받는 중 병원 문을 닫으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시며 "도대체 뭐가 어찌된거냐"고 하신다.
몇 주 전에는 전공의협의회 회장이 의협의 준법투쟁에 뜻을 같이하여 릴레이 단식도 했다고 한다.
학교에서 올해 대학평가에서 타 경쟁대학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았고 이것은 의과대학의 평가가 낮아서라는 분석을 내세우며 더욱 더 연구에 매진할 것을 종용한다.
나는 오늘 일요일에도 다른 전문의학회 전공의들에게 병리학 강의를 해주고 왔다.
어려서부터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꿈을 갖고 뭔가 좋은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여 이 길을 선택했다.
의과대학에 입학할 때의 나의 마음가짐은 이미 퇴색되었지만 현 시점에서 의사로서 또 대학에 봉직하는 교수로서 참으로 서글프고 착잡하기도 하고, 젊은 의학도를 날마다 접하는 '선생'으로 나는 어떤 마음가짐과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조심스럽기 짝이 없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조교, 전공의, 교수라는 직책에 이르는 지금까지 25년이나 지났는데 나는 우리나라 의료 수가나 의료정책 더 절실하게는 우리 전공의나 학생에게 뭘 가르쳐야 하는지 의식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학회 교육이사를 두 번의 임기를 거치고 병원의 교육수련업무를 맡으면서 필요에 의해 등 떠밀려 여러 강좌도 애써 듣고, 전공의 교육관련 국제학회도 참석하고 나와는 상관 없다고 생각하던 의학교육학회도 참석하면서 참으로 아무런 생각 없이 학생들과 전공의들를 가르쳐 왔음을 깨달았다.
나는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은데, 이 일을 다 제대로 하기에는 별다른 훈련이나 지식이 없었다.
막연하게 '정의로움'이나 '도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과 단지 환자의 진료를 위한 의학적 지식의 upgrade, 교수로서의 연구 업적을 채우기에도 급급하였으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에서는 진급을 위한 연구업적 기준을 해마다 올리고 있어서 교수들은 특별한 사명감이 없는 한 교육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임상과장을 5년 째 하고 있으면서도 늘 전공의 교육 이야기가 나오면 떳떳하지 못하다. 과거에는 의국 중심의 도재식의 전공의 수련이 이루어졌으며 현재도 그러한 형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의학의 학문적, 기술적 깊이는 얼마나 달라졌는가? 내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수련을 받을 때와는 다르게 이미 많은 임상전문과목은 세분화되었으며 따라서 진료는 'fragmentation'이 되어버렸다.
모두들 열심히 가르치지만 정말 전공의들에게 필요한 것을 단계별로 가르치고 있는지? 우리 나라는 정말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에 적합한 시스템을 갖춘 것인지? 어느 한 선생의 노력으로 좋은 의사는 길러지지 않는다.
이에 관한 이해 당사자들은 모두 생각해야 한다. 이미 영연방 국가들이나 미국에서는 국민들의 건강을 수호하기 위하여 의사의 수련비용은 국가가 부담한다.
단순히 의료비를 낮추어 국민들의 부담만을 덜어주는 것이 보건정책이 아니라 의사들을 잘 양성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그들은 의사들의 수련목표를 단순한 의학적 지식과 술기뿐 아니라 대화능력, 자기관리를 포함해 자신이 속한 임상과, 병원 학술단체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 환자 및 보호자, 같이 일하는 의료기술직 및 행정직원, 동료 의사, 후배의사,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
의학 연구자로서의 경험과 훈련, 지신이 속한 사회의 의료 시스템을 이해하고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능력, 이를 위해 협진 및 협동할 수 있는 능력 등을 함양해 전공의의 수련과 의사들의 평생전문직업교육이 잘 이루어지도록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구를 갖추어 관리하도록 지원한다.
의료보험제도의 시작과 함께 의료 수가를 비롯하여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 의사들도 이 제도에 적응하기 위해 여러 가지 편법을 많이 만들어 내었다.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의료 전문가의 양성에 있어서 교육은 등한시하고 값싼 의료인력의 조달을 위해 전공의제도를 일부 활용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고도 너무 긴 세월 교육에 투자한 전문의들에게 우리 나라는 모든 것을 박애정신과 정신력으로 희생과 봉사만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들이 우리의 교육에 무엇을 해 준 것이 있는지? 잘못된 것은 단지 의료수가만 문제가 아닌 것이다. 모든 것을 일시에 개혁하는 것은 힘들다.
그러나 무엇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모두 열거하여 놓고 구체적으로 무슨 순서대로 풀어야 하는지 모두 이성적으로 대처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의사들은 지금부터라도 균형 있는 능력을 갖춘 의사가 되도록 자신의 관리를 잘 하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