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마다 앞다퉈 연구중심병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나서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외래환자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얼마 전 만난 대형병원 한 교수의 말이다. 그는 최근 빅 5병원들이 경쟁적으로 연구를 강화하고 있지만, 외래진료 비중을 줄이지 않는 한 연구중심병원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형병원이 연구에 집중하는 것에 대해서는 마땅하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다. 하지만 상당수 대형병원이 이와 함께 수반돼야할 외래진료 축소에 대해서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세계 유명 병원의 사례를 보더라도 메이요클리닉, 엠디앤더슨 등 병원이 인정을 받는 이유는 외래환자 수가 많아서라기 보다는 연구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연구를 강화하겠다고 하면서도 동시에 외래진료 환자 수를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은 이와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듯하다.
최근 연구중심병원에 몰두하고 있는 대형병원을 잠시 떠올려보자. 하루에도 수천여명의 외래환자가 몰려서 3분진료는 커녕 1분진료 해야하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모 대형병원 내과 교수는 "병원은 연구를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외래진료에 줄서는 환자 비중을 줄이지 않는 한 의료진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대형병원은 왜 이렇게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일까. 그 원인은 한국의 의료현실에서 찾을 수 있다.
아직 연구를 통한 수익만으로는 병원 경영을 유지하기 어렵고, 극심한 저수가로 환자 수를 줄일 수도 없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최근 복지부가 발표한 연구중심병원 설명회 내용을 살펴보면 대형병원의 외래환자 수 관리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연구중심병원 승인을 받으면 수백억원의 예산을 지원할 것처럼 했지만 실제로 예산지원은 없던 일이 되버렸다.
그러니 최근 연구중심병원 승인을 받겠다고 나서고 있는 병원은 앞으로도 연구에만 몰두하는 것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대형병원 관계자들은 연구중심병원이 앞으로 우리나라 병원이 나아가야할 방향이라는 것에 하나같이 동의했다. 그만큼 연구에 대한 비중을 늘려야할 필요성을 느낀다는 것이다.
과연 이들 병원들이 연구에만 집중하는 병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날을 언제쯤 맞이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