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싶은 교수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의학을 한번에 많이 알려준다고 학생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서울의 한 의대 교수가 의과대학 강의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의대 해부학교실 신동훈 교수는 최근 대한의학회지에 이러한 기고문을 싣고, 효율적인 강의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의대 교육은 우리나라 그 어떤 분야의 교육보다 앞선 시스템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년 동안 빠짐없이 진행되는 강의는 찾아보기 드문 것이 현실"이라고 운을 띄웠다.
그는 이어 "특히 의학교육이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려운 단계까지 와 있음에도 여전히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애쓰는 교수들을 보면 동료로서 존경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며 "적어도 의대 교수 중에 부실 교육으로 지적받는 교수는 없다는 것이 내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욕이 앞선 나머지 교육을 들어야 하는 학생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신 교수의 지적이다.
대다수 학생들이 강의 내용의 부실보다는 양이 많고 알아 듣기 어렵다는 불평을 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객관적으로 판단해도 의대는 강의 시간당 전달되는 정보량이 다른 단과대학에 비해 월등하게 많다"면서 "물론 교수들이 미래의 의사를 양성하기 위해 더 많은 지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은 인정받아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러한 의욕과 효율적인 강의는 전혀 별개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학생들이 도저히 소화시킬 수 없는 양과 질의 강의를 진행한다면 과유불급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신 교수는 교수들 스스로가 강의를 적절한 분량으로 조절해 보다 효율적인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동훈 교수는 "지식을 꼭 강의시간에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형태로 제공해야 하는지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강의를 적절한 분량으로 조절해도 과제가 보완교재 형태로 얼마든지 지식을 보충할 수 있다"고 의견을 내놨다.
이어 그는 "하나라도 더 지식을 알려주려 하는 교수들의 노력은 분명 고귀한 것"이라며 "하지만 이제는 강의를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하려는 노력 또한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