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지원은 없다. 그렇기에 병원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최근 연구중심병원 공청회에서 보건복지부가 병원들에게 못박은 말이다.
병원이 의지를 가지고 연구중심병원으로 전환하겠다면 이를 높이 사겠지만 이에 대한 예산 지원은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몇년간 연구중심병원을 바라보며 준비에 여념이 없던 병원들은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과거 2009년 연구중심병원 도입 계획을 발표할 때만해도 복지부는 2조 4천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지원을 약속했다.
대형병원의 진료 기능을 축소하고 고부가가치 사업인 연구사업으로 방향을 돌려 환자 쏠림 현상을 해소하고 차세대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예산 지원이 불투명해 지면서 연구중심병원 사업은 표류하기 시작했고 결국 극소수의 병원을 선정하고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 방안으로 방향을 굳혔다.
물론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들은 상당한 시설과 연구인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연구중심병원 전환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정부가 예산 지원 없이도 연구중심병원이 가능하다고 확언하는 속내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 병원들이 복지부가 의도한 연구중심병원 노선을 밟을지는 미지수다.
신약개발 등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간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진료수익와 장례식장 등 일부 부대사업 외에 별다른 사업 모델이 없는 병원들이 이러한 자본을 투입하는 것은 쉽지 않는 일이다.
그러한 면에서 정부의 의도대로 진료 기능을 서서히 줄이면서 연구 기능을 키워가는 방식은 외부 지원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형병원들이 정부 지원 없이는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된다해도 진료 기능을 축소할 수 없다고 항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지부는 시설과 인력이 아니라 연구중심병원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겠다고 한다. 또한 예산 지원 없이도 얼마든지 연구중심병원 전환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병원과 의과대학이 지원하는 자금이 20조원이 넘는다. 의지만 가지고 이들과 같은 링에 설수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