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피임약 및 슈퍼판매 부작용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의사는 물론 약사들은 의약품의 심각한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며 이를 반대했다. 하지만 한번 묻고 싶다. 그동안 의약품 부작용 신고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 적인 있는지."
최근 만난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박병주 원장(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은 의약품 부작용 신고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의사, 약사 등 의료계 종사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의약품안전관리원 초대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의약품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의사 등 의료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 의약품 재분류 논의과정에서 산부인과 의사들이 사후 피임약의 부작용 논란에 대해 강하게 우려하며 이를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것에 반대한 것을 두고 "과연 그동안 부작용을 알리는데 어떤 역할을 했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지금까지 바쁘다는 핑계로 사후피임약의 부작용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다가 일반약 전환 논의를 시작하고 나서야 갑자기 큰일이 날 것처럼 목소리를 소리를 높이고 있다"면서 "평소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일반의약품 슈퍼판매에 대해 약사들이 반대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그는 "약사들도 의약품 부작용 신고에 무관심한 것은 마찬가지"라면서 "평소에는 조용하다가 슈퍼판매 논란이 제기된 이후에서도 강하게 우려를 제기하는 게 사후피임약 논란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총기사고나 교통사고보다 의약품으로 인한 약물사고 발생 빈도가 더 높을 정도로 심각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부작용 보고가 일부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실제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신고 접수가 없다보니 현황파악 조차 안되고 있는 사실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한국은 의약품 부작용에 대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을 뿐 없는 게 아니며 부작용 보고가 없다고 해서 좋아할 일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최근 국내 의약계에서도 신약개발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사실 신약개발보다 중요한 것은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면서 "아무리 획기적인 암 치료제가 나왔다고 해도 이를 투약한 환자가 사망하면 소용이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개원한 의약품안전관리원은 불과 몇 개월만에 8만여건의 의약품 부작용 사례를 수집하는 등 빠르게 양적인 팽창을 이뤄냈다.
하지만 박 원장은 양적인 팽창보다 질적인 팽창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수만여건의 의약품 부작용 사례를 수집했지만 이중 대부분이 의약품안전관리원에서 모은 것일 뿐 의료기관에서 신고된 것은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이어 "의약품 허가사항에 없지만, 환자에게는 심각한 부작용을 나타내는 사례가 필요하다"면서 "이런 사례가 모여야 앞으로 환자진료에 도움이 되고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