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대의대가 임상 및 연구 경험을 두루 갖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준비작업에 한창이다.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습식 관리방식의 실험동물연구센터와 실용해부센터가 바로 그것. 지난 28일 오후, 최근 문을 열고 운영을 시작한 각 센터를 직접 찾아가 봤다.
일단 실험동물센터는 고대의대 본관 1층에 440평 규모로, 크게 소동물실과 중대형동물실, 부대시설, 회의실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사육실과 수술실, 임상검사실, 부검실 등을 별도로 갖추고 있었다.
최근에 문을 열어 돼지, 개 등이 있어야할 동물실은 비어 있었다. 하지만 병원균 등 감염 관리를 위해 일부 공간은 출입이 통제됐으며 입구에서 덧신을 반드시 착용해야 출입이 가능했다.
특히 다른 센터와 차별화되는 것은 국내 의료기관 중 처음으로 소독수 발생장치 시스템을 도입, 습식 관리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습식은 소독수를 이용해 청소를 하기 때문에 건식에 비해 먼지가 없고, 비용이 절약된다는 장점이 있다. 처음에 설치비용이 필요하지만 이후로는 비용이 저렴하다는 게 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센터 곳곳에 소독수가 나오는 수도관이 연결돼 있었다.
김현 센터장은 "습식이 소독물로 관리하기 때문에 오염의 염려가 적고, 비용이 저렴하다"면서 "미생물 감염 및 전염의 기회를 최소화함에 따라 용이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험동물센터는 앞으로 신약개발을 위한 전(前)임상연구나 새로운 임상 술기의 시험 등 기초부터 임상연구까지 동물실험이 필요할 때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면서 "각종 질환연구에 필요한 특정 질환모델 동물을 생산할 수 있는 첨단 실험장비 및 시설을 구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 완공된 실용해부센터 또한 국내에서 보기 드문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250평 규모의 실용해부센터에 들어서자마자 아시아 최초로 도입했다는 '가상해부 모의 수술대'가 눈에 띄었다. 이는 말 그대로 수술대 크기의 모니터에 가상으로 모의 수술을 해볼 수 있도록 만든 장비.
엄창섭 실용해부연구소 소장이 환자의 데이터를 검색하자 '가상해부 모의 수술대'에 왼쪽 고관절에 금이간 환자의 뼈 사진이 나왔다.
이어 엄 소장이 수술대 설정을 조정하자 가상 수술대에 비쳐진 카데바는 피부와 근육, 그 속에 뼈 상태까지 원하는 깊이만큼 볼 수 있고 정면 혹은 측면, 후면 등 365도 회전해서 볼 수 있었다.
바로 옆에는 다빈치 로봇 시뮬레이터가 구비돼 있어 누구든 로봇 수술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해놨다.
이곳은 의과대학생 이외에도 전공의 등 다빈치 수술 경험이 없는 의료진이 처음 임상 술기를 익힐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으로, 실제 다빈치 로봇수술과 매우 흡사했다.
엄 소장은 "의대생 뿐만 아니라 전공의 등 많은 의료진이 와서 경험해보고 타 대학 및 병원에서도 부러워하는 장비"라면서 "무엇보다 전공의들의 졸업 후 교육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했다.
다음은 카데바 수술방과 미세수술 현미경실습실로 구성된 임상해부 실습실. 이곳의 포인트는 현재 수술 중인 장면을 모두 공유하면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교수가 카데바 수술방에서 고난이도의 수술을 하는 모습을 실습실에 모인 학생들이 각자의 모니터를 통해 동시에 볼 수 있었다.
해부실습실에는 칸막이 없는 넓은 강의실에 24개의 해부 실습대가 펼쳐져 있었고, 안쪽에는 시신 100구를 보관할 수 있는 냉동 및 냉장고가 마련돼 있었다.
엄 소장은 "해부실습실은 무엇보다 포르말린 냄새를 줄이는 데 신경을 썼다"면서 "에어커튼식 공조시스템을 통해 각 해부 실습대에 구멍을 뚫어서 포르말린 냄새를 잡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고대의대 한희철 학장은 "실험동물센터와 실용해부연구소 개원을 통해 학생들이 임상은 물론 의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기초를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