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는 의료계의 과거의 다양한 모습을 짚어보고 이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 'Back to the 의료계'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긴 가운을 입고 한쪽 주머니에는 청진기를 꼽은 의사와 새하얀 캡에 원피스를 입은 간호사.
병원 풍경을 상상하면 의레 그려지던 모습들이 이제는 옛 추억이 되고 있다.
위생과 실용성이 강조되면서 과거 의료인을 상징하던 복장들이 새롭게 변신하는 것이다.
의료인 복장 중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직역은 바로 간호복이다. 지금 어느 병원에 가도 하얀 캡을 쓰고 있는 간호사를 만나기 힘들다.
그렇다면 과연 간호사의 캡은 언제를 기점으로 없어진 것일까.
간호계에 따르면 발단은 1991년 서울대병원 간호사들이 가장 먼저 캡을 벗기로 합의했다고 전해진다.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며 환자를 봐야 하는 직역의 특성상 캡이 방해가 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울대병원이 간호사 캡을 벗으면서 타 병원으로 이같은 문화가 이어졌고, 결국 1990년대 중반부터는 캡을 쓴 간호사를 찾기 힘들어졌다.
간호사들이 바지를 입기 시작한 것도 캡이 사라진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이유도 역시 같다. 활동성을 위해서는 치마보다 바지가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사가 가진 여성적 이미지를 깨고 전문 직업인으로서 환자 케어의 효율성을 극대화 하겠다는 의지가 바지 유니폼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3년 열린 앙드레 김 간호복 패션쇼는 이러한 변화를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틀에 박힌 간호복에서 벗어나 기능과 심미성을 더한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이제는 각 병원마다 차별화된 간호복을 입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일부 개원가에서는 화려한 프린트가 들어간 간호복을 입기도 하고 한방병원에서는 한복형 간호사복도 등장하는 등 간호복도 개성시대가 되고 있다.
의사 가운도 간호복 만큼 획기적이지는 않지만 서서히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흰색 긴 가운이 점차 자켓형으로 변화해가는 양상이다.
이러한 변화를 선도한 것은 바로 세브란스병원이다. 세브란스병원은 2006년 새병원 신축에 맞춰 긴 의사 가운을 재킷형 가운으로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던 긴 가운을 양복형으로 변형해 세련된 느낌을 준 것.
이러한 가운데 긴 가운이 세균 감염에 의해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계속해서 나오면서 속속 재킷형 가운을 도입하는 병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톨릭의료원이 8개 병원 모두 재킷형 가운을 도입했고 순천향의료원 등도 뒤를 이어 속속 재킷형 가운을 선보였다.
변화는 가운에서 그치지 않았다. 넥타이가 감염의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넥타이 문화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동국대병원 의사들이 넥타이를 벗고 나비 넥타이를 매기 시작한 것은 병원계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고 이어 중앙대병원 등이 나비 넥타이 대열에 합류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아예 의료진들에게 넥타이 착용을 금지했다. 원천적으로 감염의 원인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의료인들이 다소 보수적인 경향이 있는 만큼 초기에는 가운 변경이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기능성과 심미성에 장점이 분명하다보니 이제는 모두가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