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사학을 자랑하는 울산의대 학생들이 때 아닌 대규모 이사를 준비하고 있어 주목된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울산의대 학생 200여명이 이달말 개강 전 서울아산병원 기숙사에서 병원 밖에 위치한 인근 패밀리타운으로 이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울산의대 학생 기숙사(의림학사)는 대신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와 인턴 숙소로 사용될 예정이다.
울산의대가 갑자기 학생들의 숙식 장소를 변경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아산병원의 몸집 불리기에 따른 여파가 크게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최대 규모인 2200병상에서 몇 년 전 암센터 개원으로 2800병상을 넘어선 매머드 병원으로 몸집이 커지면서 의사와 간호사 인원을 대규모 충원했다.
이 중 간호사들은 병원 패밀리 타운에서 출퇴근 하면서 3교대로 인해 늦은 밤 귀가가 잦은 상황이다.
이로 인해 야간 출퇴근 간호사들의 신변보호 문제가 제기되자 의대생 기숙사와 간호사 아파트를 맞 바꾸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이렇다 보니, 학생들은 기숙사를 떠나 외부로 옮기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울산의대 한 학생은 "대학에 학생들의 입장을 전달했지만, 이미 병원과 옮기기로 얘기가 끝나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현재로선 전체 학생 30% 이상이 여학생인 만큼 공부 후 늦은 귀가에 따른 안전을 요구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그는 "의대에서도 학생 기숙사가 병원 외부로 나가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면서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학생은 "밤 늦게 공부하는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병원 기숙사를 증축까지 했는데, 밖으로 나가라니 어이가 없다"면서 "결국, 대학이 병원의 입김에 밀린 것 같다"고 허탈해 했다.
학생회 관계자는 "기숙사를 옮긴다는 말은 작년부터 회자됐지만, 막상 이전하라고 하니 학생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하고 "아산병원과 울산의대가 엮인 문제여서 학생회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울산의대 한 보직교수는 "학생들의 우려를 감안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중에 있다"면서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만큼 지켜봐 달라"며 문제 확산을 경계했다.
아산병원 측은 학생들의 불만을 이해하지만 패밀리 타운이 병원에서 지근 거리에 있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간호사들이 밤늦은 교대근무에 따른 안전사고 문제로 인해 병원 경영진이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의료진의 임상능력 배양을 위한 장기 마스터플랜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간호사의 월권(?) 행위에 대한 인턴들의 하루 파업에 이어 기숙사를 간호사들에게 내줘야 하는 울산의대 학생들까지, 풍납동 젊은 의사와 예비 의사들은 '최고' 명성의 이면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