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환자들과 의사를 기술로 연결하겠다는 뜻을 품고 의사 타이틀을 버린 이가 있었다. 환자들과 기술로 소통하자는 생각으로 안정된 의사 직함을 버리고 아예 IT기업을 차린 메디컬라이즈의 신승건 대표.
2010년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으로 지역 환자와 동네 병원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며 주목을 받았던 그가 올해 3월부터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수련의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CEO에서 다시 의사로 늦깎이 전공의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여곡절 많았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메디컬라이즈의 신승건 대표는 2006년에 고려의대를 졸업한 후, 동대학 대학원에서 신경생물학으로 의학석사를 취득했다.
한창 스마트폰 열풍이 불기 시작할 무렵 홀연 IT회사를 차리고 CEO 활동을 선택하게 된다.
신 대표는 "의사 개개인은 시간과 장소라는 물리적 한계 때문에 그들의 의술을 베푸는데 한계가 생긴다"면서 "IT 기술을 이용하면 더욱 더 많은 환자들을 살필 수 있겠다는 생각에 회사를 차렸다"고 밝혔다.
짧은 기간동안 성과도 괜찮은 편이었다.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을 활용해 지역 환자와 동네 병원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의료계에서는 성공한 의사 출신 IT CEO로 유명세를 탄 것.
그런 그가 늦은 나이에 수련의 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이유는 뭘까.
"병원 문턱을 넘기 힘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기술을 활용하고자 했는데, 상당 부분 의료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현실화 시키지 못한 게 많았습니다."
신 대표에 따르면 진료 경험의 부족으로 IT 기술을 활용하는데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 즉 환자의 불편과 진료 현장에서의 의사들의 목소리가 적절하게 융합하려면 많은 진료 경험이 무엇보다 절실했다는 뜻이다.
그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직접 문진하고 처방하며 시술하는 방법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야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면서 "공공의료를 실천하는 병원으로 환자들의 사회경제적 상태에 대한 아무런 선입견없이 훈련을 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해 지원했다"고 밝혔다.
석사학위까지 손에 넣고 IT 기술로 환자와 의사의 가교를 꿈꾸었지만, 교과서 밖의 환자들을 이해하는데 스스로 부족함이 느껴졌다는 뜻이다.
CEO 경력이 진료 현장에 도움이 될 수 있냐는 물음에 그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바닥부터 공부해가며 주식회사를 만들고 10여명의 직원을 이끌고 회사 운영을 해 본 것은 이제 막 30대에 들어선 그에게 그 자체로 큰 배움의 기회였다는 것.
"그동안 의대 6년에 대학원 3년이란 시간동안 온실 속에서 자라왔음을 깨닫게 됐습니다. 세상이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은 것이죠. 하지만 의사로 돌아온 지금은 직업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어 만족합니다."
열심히 살면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도 제몫을 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세상에 의사만한 직업이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인턴을 시작하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에게는 미래에 대한 우려보다 기대가 더욱 크다.
"결국 의료는 의사와 환자의 만남이라고 봅니다. 그 어떤 우수한 기술도 도구일 뿐이죠. 그동안 '기술'이란 것에 집중했지만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살아 숨쉬는 의사를 대신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진료 현장에 있는 의사와 환자가 중심이 된 진료를 탐구하고 실천하는 것, 그것이 저의 다음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