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노환규 회장이 시민단체와 함께 불합리한 의료제도, 저수가 등을 개선하겠다고 천명하고 나섰다. 노 회장은 15일 충북의사회 정기대의원총회에 참석해 "그동안 의료계는 의사들과 다른 주장을 해온 진보단체나 진보정당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면서 "진보단체는 의료 수가 인상이 국민 부담으로 이어져 반대해 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국민과 의사가 함께 힘들어했고 같은 목소리로 바꿨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면서 "이런 부분을 시민단체들과 말해봤는데 다들 공감했다"고 환기시켰다.
특히 노 회장은 얼마전 김용익 의원이 주최한 '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의 문제와 대안' 토론회에서 진보성향 시민단체와 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적정한 의료의 질을 담보하고,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해 건강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자 깜짝 놀랐다고 표현했다. 노 회장은 "의협 주장과 시민단체 주장이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이제 근본적인 시각으로 (의료계를) 진단하고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환기시켰다.
노 회장의 이같은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의료계와 진보진영은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늘 충돌했다. 그러다보니 의료계는 복지부를 설득하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복지부는 국민을 최우선에 놓고 정책 결정을 내린다. 의료계의 요구에 대해 시민단체가 반대하면 복지부로서는 명분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의 그간 행보를 보면 시민단체를 설득하기는 커녕 보수의 틀에 갖혀 고립되기 일쑤였다. 이 때문에 여론을 설득하는데 번번이 실패했다. 노 회장은 의료계 일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리베이트 단절선언을 했다. 국민과 함께 하기 위해서다. 국민의 지지 없이는 의료제도, 저수가 개선은 요원하다. 이런 점에서 노 회장이 진보 정당, 시민단체와 꾸준히 대화하고 설득하려는 자세는 당장의 이익과 성과를 떠나 매우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