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협회가 '애정남' 역할에 나선다.
오는 22일까지 쌍벌제 및 공정경쟁규약의 모호성을 개선하기 위해 회원사들의 고충을 수집하기로 한 것.
▲쌍벌제 법규 및 공정경쟁규약 중 개정이 필요하고 보다 명확히 할 부분 ▲제약사와 의료인 간에 꼭 필요한 협력사업 및 마케팅 활동 ▲양성화하거나 합법화해야 할 학술지원 및 마케팅 사례 등이 그것이다.
협회는 이를 토대로 정책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렇다. 협회의 판단대로 쌍벌제가 시행된지 2년이 훌쩍 지났지만 제약사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마케팅 사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니 웃지 못할 사례도 벌어진다.
"병원에서 5km 벗어나 의사와 밥 먹으면 리베이트인가요?"
국내 A제약사 영업사원이 쌍벌제 이후 법무팀에 자문을 구한 내용인데 타 산업이 들으면 참으로 어이없는 질문이다.
하지만 쌍벌제의 애매한 기준 틀에 갇힌 제약계에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공정경쟁규약에는 애매하게도 의사와의 판촉 활동 관련 식사는 '병원 인근'에서 해야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동아제약 동영상 강의료 문제만 봐도 근본적으로는 대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런 정황을 봤을 때 협회의 이번 행보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애정남.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의 줄임말로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개그 프로그램이다.
여기서는 누구나 고민하지만 확실한 기준이 없는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줬다.
물론 그 기준을 안 지킨다고 경찰 출동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기준이 없는 세상에 대한 풍자만으로도 큰 귀감이 됐던 코너다.
협회는 100곳이 넘는 회원사를 대표하는 곳이다. 애매한 기준으로 식구들이 고통받고 있다면 하루 빨리 개선하는 노력을 보여야할 책임이 있다. 제약협회의 '애정남'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