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급여 정신질환 치료를 박리다매로 전락시키고 있다."
"현재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급여환자에 대해 일당정액제를 적용하는 보험수가체계에서 입원 장기화는 필연적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12일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료급여 적정성 평가 및 수가 개선방향'을 주제로 공청회를 마련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쟁점이 된 것은 의료급여 환자의 입원 적정성 평가. 의료진들은 평가를 하기 전에 임상 현장이 얼마나 열악한지부터 파악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 의료급여과 맹호영 과장은 "의료의 질적 수준을 입원수가체계에 반영하지 못한 결과 최근 정신병원 의료기관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급여환자의 입원일수는 크게 늘고 퇴원율은 낮아지고 재입원률 또한 급증하고 있는 반면 정신질환 입원 서비스의 질 향상은 미흡하다"면서 "특히 장기입원 문제가 심각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지정토론자로 나선 이상훈 오신경정신과의원장은 "솔직히 병원을 경영해야 하는 입장에서 현재의 수가체계에서는 급여환자의 장기입원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서 "수가를 획기적으로 인상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 10년간 병원을 유지하다가 저수가 상황에서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폐업했다. 특히 의원급의 외래수가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날 공청회에선 플로어에서 질의응답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용인정신병원 이종국 교수는 "환자가 장기입원을 해야 살아남고 그렇지 않으면 망하는 수가구조라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외래환자에 대한 수가가 입원한지 6개월 이상 지난 입원환자보다 낮은 상황이니 결과는 불보듯 뻔한 게 아니냐"고 토로했다.
다시 말해 급여환자에 대한 외래보다 입원 수가가 높다보니 빨리 치료해서 외래 진료를 받도록 하기 보다는 장기 입원을 유도하게 되는 현실이라는 얘기다. 그는 인권유린 가능성도 제기했다.
외래수가는 일 2700원인 반면 입원수가는 월120만원선(하루 약 4만원)으로 입원기간에 따라 수가가 낮아지긴 하지만 일 3만원 정도 적용된다.
물론 외래와 입원은 제공하는 의료서비스가 크게 달라 수가만으로 비교하기 힘들지만 일 2700원의 외래수가는 터무니 없게 낮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실제로 용인정신병원에서 더 이상의 치료가 필요없어 강제퇴원조치한 상당수의 환자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다른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있다"면서 "이 상태라면 정신병원 수는 계속늘고 장기입원 문제를 해결이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돈이 되지 않는 급여환자의 입원을 꺼리는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한림의대 이상규 교수는 "요즘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선 돈이 안되는 급여환자를 입원시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에 대한 대안마련을 촉구했다.
대전을지대병원 유재춘 교수는 의료급여환자를 진료하지 않는 대학병원은 적정성평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급여환자를 진료하지 않아 평가에서 제외되는 대학병원 특히 국공립병원은 그 명단을 공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맹호영 과장은 "지난해 정신입원수가 원가분석 마쳤고, 현재 정신과 외래수가에 대해 논의 중"이라면서 "마무리되면 토론을 진행해 논의를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