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업체들을 대상으로 잇따르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최근 들어 기존 공식을 깨고 변칙적으로 이뤄지면서 의료기기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의료장비에서 시작된 공정위 조사가 '스텐트'를 끝으로 일단락될지, 아니면 다른 품목으로까지 확대되는 동시에 향후 추가조사까지 확산될지 여부를 두고 온갖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15일 의료기기업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9일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에 이어 11일 한국애보트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이들 2곳에 대한 조사는 기존 공식을 깼다는 점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
앞서 공정위 조사를 받은 GE 헬스케어, 지멘스, 필립스, 삼성메디슨, 메드트로닉코리아, 코비디엔코리아 등 6개 업체는 공통적으로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4일간 조사를 받았다.
반면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은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한국애보트의 경우 11일부터 12일까지 양일간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즉 조사팀 투입 시점이 달라지고, 조사 기간 역시 짧아진 것.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기존과 다르게 1주일에 2개 업체를 각각 3일ㆍ2일에 걸쳐 짧게 조사를 진행한 것은 당초 예상과 달리 의료기기업계에 특별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최근 공정위 조사 타깃이 메드트로닉코리아,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 한국애보트 등 심혈관계 스텐트를 취급하는 다국적기업인 만큼 미국계 다국적기업 B사를 마지막으로 조사가 일단락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가 스텐트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품목으로 확대되는 동시에 향후 다국적기업들의 제품을 유통ㆍ공급하는 대리점으로까지 추가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그동안 공정위는 불공정 거래행위나 기타 고객유인행위와 관련해 주로 영업부서에 대한 조사를 중점적으로 진행했고, 또 최근 조사대상 역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고가의 스텐트에 맞춰져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치료재료인 정형외과ㆍ신경외과 임플란트로 조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정위 조사를 받은 한 다국적기업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우리는 취급도 하지 않는 정형외과ㆍ신경외과 임플란트 시장현황과 취급하는 업체에 대해 물어봐 의아했다"며 "공정위가 스텐트 뿐만 아니라 다른 품목까지 조사를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번 다국적기업 한국법인에 이어 제품을 유통ㆍ공급하는 관련 대리점에 대한 공정위 추가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치료재료 업체 2곳의 조사 기간이 기존 4일에서 각각 3일ㆍ2일로 줄어든 것은 이미 공정위가 의료기기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파악을 끝내고 추가조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 수순을 밟았다는 해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체 한 관계자는 "다국적기업의 경우 이미 3년 전부터 의료기기 거래에 관한 공정거래규약을 자율적으로 시행해왔고, 또 내ㆍ외부 법률 전문가가 있기 때문에 공정위 조사 이전부터 충분한 대비를 해 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위 또한 이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최근 2곳에 대한 조사는 사전조사 마무리 단계에서 짧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 조사가 단순히 의료기기업체들을 방문해 업계 현황을 파악하고 영업 관련 서류만 확보하기 위해 이뤄진 것은 분명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나아가 "그동안 다국적기업에 대한 조사내용을 토대로 실제로 제품을 병의원과 의사에게 유통ㆍ공급한 대리점들에 대한 확대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