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공의들이 임신을 하면 폭탄으로 비유해요. 출산휴가를 가야 하니까 동료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거죠. 대 놓고 그렇게 얘기해도 항의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죠."
한 여 전문의의 하소연이다. 이처럼 대다수 여성 전공의들은 결혼과 출산,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여성 전공의 33%는 출산을 아예 포기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출산에 따른 여성 전공의 수련환경 실태와 개선방안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여성 진료과장 2명과 전공의 6명, 전임강사 2명이 심층적인 인터뷰에서 현실적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로 이들은 불규칙적인 생활과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결혼과 출산, 육아 등에서 상당한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었다.
A전공의는 "내과 스텝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수련 담당 교수가 임신을 빗대 6월에서 7월에 큰 폭탄이 숨어있다고 표현했다"면서 "폭탄이라고 받아들인 배경을 이해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B펠로우는 "갑자기 여성 의사 4명이 단체로 출산휴가를 가서 남자 의사들에게 굉장히 욕을 먹은 경험이 있다"면서 "임신 시기를 다 같이 맞출 수도 없는 노릇인데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동료들의 눈치를 보느라 유산을 경험한 여성 의사들도 있었다.
C펠로우는 "10개월 내내 입덧을 하는 편인데 사실 임신했다고 외래를 빼 달라고 할 수도 없고 검사를 안하겠다고 할수도 없지 않으냐"며 "티를 내면 남성 의사들이 무시할까 티내지 않고 일을 하다 결국 유산을 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로 전공 선택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 여성 전공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의국에 끼칠 영향을 우려해 아예 선발 과정에서 여성을 제외하거나 각서 등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D전공의는 "영상의학과 같은 경우 방사선을 쪼이고 해야 하니 아예 임신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다는 얘기가 있다"며 "이래저래 하다보면 결국 여성들은 갈 수 있는 과가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전공의도 "내과를 하고 싶었지만 아예 여자를 뽑지 않는다고 공언을 하더라"며 "결국 수련 중에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에 따라 아예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여성 전공의들이 많았다. 설문조사결과 33%가 자녀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
따라서 정부도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여성 의사를 위한 실효성 있는 출산, 육아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정책연구소의 제언이다.
연구진은 "우선 법과 제도를 통해 전공 선택시 출산으로 인한 차별금지 조항과 임산부 보호를 위한 장기간 근로금지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며 "또한 수련기간 중 1년간 출산과 양육 휴직을 보장하는 방안과 탄력적 근무시간제 등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