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임상 현장에서 뛰는 의료진들이 정책 개발에 적극 참여해야 의료계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아주대 허윤정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 민주당 전 보건복지전문위원)는 23일 서울대병원 대외협력실 주최로 열린 의료정책포럼에서 '합리적 의료인력 양성을 위한 대학병원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임상 의사들은 늘 바쁘기 때문에 자신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시킬 시간이 부족하고, 의사 출신의 행정가는 임상의사의 목소리를 정책에 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면서 "여기서 대학병원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즉, 정책적 결정이 난 이후에 뒷북만 칠 게 아니라 사전에 정책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적극 참여해 목소리를 냄으로써 의료현실에 맞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 대학병원 의료진들이 역할을 하라는 얘기다.
허 교수는 앞서 서남의대 사태를 의료계 잘못된 정책의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칭하며 "지난해 서남의대에 직접 가보니 건물에서 곰팡이 냄새가 나는 것은 물론 진료실 환자기록이 모두 2006년도에 멈춰 있고, 실험실 등 모든 연구실이 텅 비어있었다. 그럼에도 몇 년 간 의과대학을 유지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처럼 의료계 문제점들을 수정해 나갈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려면 임상 현장 의사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환기시켰다.
또한 그는 의사의 사회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가중앙병원인 서울대병원이 의사와 환자간 신뢰를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와 일반인 사이에는 인식의 격차가 있는데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이 시급하다"면서 "대학병원 현장에서 미래의 의사상을 만들어감과 동시에 임상 의사들과 국민들의 시각차를 좁혀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이정렬 기획조정실장은 "의사가 의료적인 역량 이외 사회적 역량도 중요하다는 것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지금까지 임상의사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복지부 정책에 대해 관심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정부 또한 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 의사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 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노동영 서울대병원 암센터장은 "사실 의사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밤 늦게까지 일하면서 바로 옆에 있는 의사에게 정책 관련 의견도 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열심히 일만하고 사회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집단으로 비춰지는 것 같다"고 씁쓸함을 토로했다.
이어 서울대병원 김경환 교수(흉부외과)는 "지난 3년간 카바수술과 관련해 의견을 내는 등 역할을 하면서 왜 의사들은 이런 문제를 관망할까 의문을 가졌는데 그 이유를 찾았다"면서 "의사들이 바쁘고 귀찮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