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봄을 맞아 각 의학회들의 춘계학술대회가 한창이다.
한해 학술자료를 집대성하는 추계학술대회와 달리 연수강좌 위주로 개최되는 춘계학술대회의 특성상 이번 학회 시즌에도 다양한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학회에서 주목할 점은 정책 강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다.
전공의 정원 감축 정책이 발표되고 인턴제 폐지가 입법예고를 앞두고 있는 등 다양한 정책 변화가 예고되는 만큼 학회 입장에서도 이에 대한 강의를 빼놓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강의가 다양한 주제로 개최되고 있지만 내용이 대동소이하다는 것은 참으로 특이한 부분이다.
심지어 일부 강의는 자료가 모두 동일한 것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는 과거 공청회 등에서 발표된 자료가 그대로 인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모 학회는 최근 복지부의 한 부서 과장을 초빙해 의료정책강의를 부탁했다. 하지만 그 과장은 이 자리에서 이미 수차례나 발표된 전공의 정원 정책 자료를 설명했다.
참석자 대부분이 대학병원 수련과장들이었다는 점에서 이미 외울 정도로 숙지한 내용을 또 다시 듣게 된 셈이다.
일부에서는 복지부와 심평원이 같은 자료로 설명하는 일도 벌어졌다. 주제가 같다보니 내용의 대부분이 같은 슬라이드로 채워지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공무에 바쁜 정부 관계자들이 매번 새로운 발표 자료를 만드는 것은 소모적일 수 있다. 또한 중요한 정책인 만큼 계속해서 강조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 만으로 강의 주제와 연관성이 미비한 자료로 강연을 진행하거나 이미 참석자들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내용을 발표하는 것을 인정하기는 부족함이 있다.
정부 관계자의 강의에는 적어도 수십명 많게는 백단위의 인원이 참석한다. 이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한국의 의학계를 지탱하는 인물이며 또는 향후 이를 이끌어갈 주역들이다.
이렇게 모인 수십명, 수백명의 사람들에게 재탕, 삼탕의 자료를 발표하는 것은 그들의 시간을 모독하는 행위다. 이들 또한 정부가 그토록 부르짖는 국민임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