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경찰의 수사자료 외에 추가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의사 면허정지처분을 남발했다가 법원으로부터 제동이 걸리는 망신을 당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부장판사 문준필)는 최근 복지부가 A병원 안모 원장에게 6개월 7일 의사면허정지처분을 한 것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경기도의 모 경찰서는 A병원이 산업재해환자를 산재보험으로 입원시키고도 주거지에서 생활하도록 하고, 병원 사무장을 입원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모두 565만원을 거짓청구한 사실을 적발했다.
또 경찰 수사 결과 A병원은 의료기사가 아닌 자에게 5개월간 엑스레이를 촬영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복지부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그러자 복지부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에 따라 거짓청구금액 565만원에 해당하는 자격정지 6개월, 의료기사가 아닌 자에게 관련 업무를 맡겼을 때 자격정지 15일을 적용하되, 둘 중 가벼운 처분의 1/2을 감면해 6개월 7일 자격정지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안 원장은 "의료기사가 아닌 자에게 엑스레이 촬영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특히 그는 "조사대상 기간의 진료급여비용총액을 산출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며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재판부도 안 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에 따르면 진료비를 거짓청구한 경우의 처분은 조사대상기간의 월 평균 거짓청구금액과 거짓청구비율[(총 거짓청구금액/진료급여비용총액)×100]으로 정한다.
다만 진료급여비용총액을 산출할 수 없을 때 '예외적으로' 거짓청구금액을 기준으로 처분할 수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진료급여비용총액을 조사하지 않은 채 경찰이 통보한 거짓청구금액을 기준으로 면허정지 기간을 산출했다.
이와 관련 법원은 "복지부는 관계 공무원으로 하여금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업무 상황, 진료기록부 등 관계 서류를 검사하게 하거나 관계인의 진술을 들어 사실을 확인할 수 있고,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은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재판부는 "복지부는 의료법에 따라 조사를 하고도 진료급여비용총액을 산출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총 거짓청구금액만을 기준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보는 게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진료급여비용총액을 산출하지 않은 채 거짓청구금액을 기준으로 행정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진료급여비용총액을 산출할 수 없을 때를 한정적으로 해석해야 하고, 복지부는 수사기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근거해 처분했을 뿐 의료법에 따라 조사를 하지 않았고, 진료급여비용총액을 산출하면 처분이 경감될 여지도 있어 처분은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