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의료법(2009년 1월 30일 개정되기 이전의 것) 제17조 제1항은 '의료법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검안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스스로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일 뿐이고, 대면 진료를 하지 않았거나 충분한 진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조항이 아니라고 판시했다(2010도1388 판결).
필자는 지난 4월 22일자 칼럼(전화 진찰 후 처방전 발급 가능할까)에서 이를 소개한 바가 있다.
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전화 등의 방법으로 진찰하고, 처방전을 작성·교부하는 것은 허용된다.
그런데 대법원은 최근 전화 진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원해 진찰한 것으로 속여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사안에서 전화 진찰이 '직접 진찰'한 것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직접 내원해 진료한 것처럼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은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건강보험요양급여규칙'에 기한 복지부장관 고시는 내원을 전제로 한 진찰만을 요양급여 대상으로 정하고 있고, 전화 진찰이나 이에 기한 약제 등의 지급은 요양급여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전화 진찰이 '직접 진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요양급여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 없는 이상 전화 진찰을 요양급여 대상인 내원 진찰인 것으로 해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것은 기망행위로서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시했다(2011도10797).
현행 건강보험요양급여기준규칙도 전화 진찰이나 이에 기한 약제 등의 지급은 요양급여 대상으로 정하고 있지 있다.
따라서 대법원 판례에 따를 때 현재에도 전화 진찰을 요양급여 대상으로 되어 있던 내원 진찰인 것으로 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기망행위로서 사기죄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다른 사건에서 의사와 약사 사이의 분업 내지 협업을 통한 환자 치료행위는 의사에 의해 진료 받은 환자와 약사에 의한 의약품 조제 및 복약지도의 상대방이 되는 환자의 동일성을 필수적 전제로 하며, 그 동일성은 의사 등이 최초로 작성한 처방전의 기재를 통해 담보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의사 등이 의료법 제18조에 따라 작성하는 처방전의 기재사항 중 의료법 시행규칙 제12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환자의 성명 및 주민등록번호'는 치료행위의 대상을 특정하는 요소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고 것이다(2011도14690 판결).
따라서 의사 등이 의료법 제17조 제1항에 따라 직접 진찰해야 할 상대방은 처방전에 환자로 기재된 사람을 가리키고, 만일 의사 등이 처방전에 환자로 기재한 사람이 아닌 제3자를 진찰하고도 환자의 성명 및 주민등록번호를 허위로 기재하여 처방전을 작성·교부했다면 그러한 행위는 의료법 제17조 제1항에 위배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상과 같은 대법원의 판례를 종합해 보면, 전화 등 진료를 통한 처방전의 발급·교부는 허용되지만, 전화 등으로 진료하고, 이에 기한 약제비 등은 요양급여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즉, 전화 등 진료를 통한 처방전을 발행할 경우 요양급여비용청구를 일체 할 수 없는 결과가 된다.
한편, 직접 진찰하여야 하는 환자는 처방전에 기재된 사람에 한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 2013년 4월 22일자 칼럼에서도 전화 등의 진료는 오진, 남용 등의 위험성이 있을 수 있으므로, 원칙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전화 진찰을 통한 요양급여비용청구는 불허된다는 이번 대법원 판결도 전화 진료가 원칙적인 진료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