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강제추행한 것은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의료법에 따라 면허정지처분을 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부장판사 심준보)는 최근 의원을 운영중인 A원장이 복지부를 상대로 청구한 의사면허정지처분 취소소송을 기각했다.
A원장은 2007년 11월 피해자 E씨(21)와 허벅지 지방분해 흡입시술에 관한 상담을 하고, 실제 시술하는 과정에서 욕정을 품었다.
이에 따라 A원장은 다음 시술일에는 사정이 있으니 오후 7시 30분 이후 병원에 와 달라고 했고, 몇일 후 오후 8시경 간호사들이 모두 퇴근한 후 피해자와 둘만 있는 상태에서 시술을 했다.
이 과정에서 A원장은 시술에 불편하다며 환자에게 바지를 벗게 하고는 강제추행했다.
이 때문에 A원장은 추행 혐의로 기소돼 2008년 10월 서울동부지법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100시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항소, 상고가 기각되면서 2009년 확정됐다.
그러자 복지부는 이 사건 강제추행이 의료법상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의 하나인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 지난해 9월 의사면허 자격 1개월 정지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A원장은 "강제추행은 비록 진료과정에서 행해졌다고 해도 범죄행위이지 진료행위가 아니고, 복지부도 2011년 7월까지는 진료에 수반한 범죄행위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A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부도덕한 진료행위도 일단 진료행위여야 하고, 이 사건 추행이 그 자체로는 진료행위가 아님은 물론이지만 진료행위의 비도덕성은 진료행위 자체의 특성뿐 아니라 진료행위의 동기나 경위, 정황 등 그를 둘러싼 외부적 요소에 의해서도 규정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의사가 스스로 범죄의 기회로 삼을 목적으로 진료행위로 나아간 것이라면 그러한 진료행위는 의료법상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보는 것이 평균인의 건전한 상식에 부합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A원장이 추행을 위해 간호사 등 보조인원이 모두 퇴근한 시간대에 피해자를 따로 불러내어 허벅지에 피하지방분해주사를 놓는 등의 진료행위를 한 것은 추행이 범죄에 해당하는 것과는 별도로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법원은 "복지부가 범죄 목적의 진료행위에 대해 오랫동안 의료법령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법령조항의 규범력이 소멸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