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야기된 사태는 34개 지방의료원 전체의 문제점을 표면화시켰다.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의 상정을 앞두고 지금까지 쏟아져 나오는 의견들의 전제 조건은 '진주의료원이 공공의료기관'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진주의료원의 존폐 여부가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는 논리다.
진주의료원이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역할을 해왔거나, 혹시 지금까지는 못했으나 앞으로 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런 주장들은 타당하며, 경영상의 적자나 강성노조 문제가 폐업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지방의료원과 같은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의 정의에 따르면 공공보건의료란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대표적인 사업으로 1) 수익성이 낮아 공급이 원활하지 아니한 전문진료 2) 국민 건강을 위하여 국가가 육성하여야 할 필요성이 큰 전문진료 3) 지역별 공급의 차이가 커서 국가가 지원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전문진료 등을 명시하고 있다.
진주의료원이 어떤 공적 기능을 수행해왔는지 살펴보면, 내원환자의 대부분이 민간의료기관에서 진료가 가능한 환자들이었고, 대표적인 취약계층인 의료급여 환자의 진료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경상남도에서 지출된 2012년도 의료급여 총액 중 진주의료원의 비중은 0.5%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빈 병상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간병하는 것이 적절한 '사회적 입원환자들'로 채워 왔던 진주의료원을 과연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 부를 수 있는가? 라는 질문부터 던져야 한다.
의료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대에는 지방의료원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간 민간의료기관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2010년 국민 1000명당 입원병상 수는 8.8로 OECD 평균치(4.9)의 2배 수준이 됐고, 의료기관간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지방의료원들은 비효율적인 경영과 경직된 서비스로 경쟁력을 상실하여 환자들이 더 이상 잘 찾아오지 않는 병원으로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전달체계는 민간의료기관 위주이지만 국가가 관리하는 단일 공적보험체계를 통해 의료의 공적기능을 강화해 왔다.
건강보험의 틀 안에서 사회적 보호 대상인 의료급여 환자는 본인부담이 거의 없이 어느 의료기관이나 이용할 수 있게 되어있다.
또, 민간의료기관 중에서 의료 취약지 거점의료기관이나 공공전문진료센터를 지정하여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실시할 수 있도록 2012년 관련 법률도 개정되었다.
이렇게 변화된 의료환경에서 공공보건의료예산의 90% 이상을 민간의료기관에서 이미 집행하고 있는 경상남도에서 진주의료원이 할 수 있는 공공의료기능은 무엇이며, 또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공공의료기능을 수행하지 못해도, 공공기관이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는 병원은 국민 세금으로 유지시켜야 하는가?
진주의료원은 추가적인 국고 지원 요구 이전에 어떤 공적 기능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게 기능, 조직 및 인적 구성을 재정립해 다시 출발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