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암4기 판정을 받은 남성(35세). 항암제는 효과가 없고 그에게 맞는 폐암 표적항암제도 없다. 다행히 그가 RET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RET돌연변이 종양 항암제는 신장암에만 허가를 받아 폐암에는 급여 적용이 안된다.
과연 이 환자에게 신장암 치료제를 투여할 수 있을까?
서울대병원 김동완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서울대병원 대외정책실에서 발행한 웹진 최근호 '전문가 정책기고'면에서 '항암제 임의비급여'를 주제로 진료현장에서 느끼는 딜레마를 털어놨다.
그는 위와 같은 사례를 소개하며 항암제 임의비급여로 처방이 가능한지 질문을 던진 후 "현행 제도에서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환자는 보험급여 적용이 안되면 비급여라도 처방을 받고 싶다고 의사를 밝혔지만 현행 제도에선 이 또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유는 만약 그가 신장암 치료제를 폐암환자에게 처방하면 소위 말하는 '임의비급여'가 되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처방금액 전체를 환자에게 반환해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병원별 임의비급여 금액이 일정 기준을 넘어가는 경우 5배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사태로 번져 현실적으로 처방이 어렵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이 환자에게 한 달에 450만원이 드는 이 약을 1년 사용 했을 때, 병원은 5400만원을 환자에게 돌려주는 것과 더불어 2억 7천만원의 과징금을 납부할 수도 있다.
즉, 환자 한명에게 임의비급여 처방한 결과 병원은 3억원이 넘는 손실을 감당해야하는 꼴이다.
김 교수는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병원에선 의사가 임의비급여 처방을 내면 이를 환자에게 청구하지 않고 병원 손실로 처리하거나 아예 임의비급여 처방은 전산시스템에 입력이 안되도록 시스템을 변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병원이 손실을 입는다는 점을 알려 직간접적으로 의사의 처방을 규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약이 있고, 환자도 치료비 전액을 부담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데 이를 선택하고 치료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진료현장에서 발생하는 딜레마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대안으로 각 병원에 항암제 치료전문가로 구성된 '항암제 임의비급여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이 위원회에서 의학적 타당성을 인정받은 임의비급여에 대해선 정부도 처방을 허용해줄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는 임상연구의 타당성을 각 기관의 의학윤리심의위원회(IRB)가 자체 심의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라면서 "전문가 검토(peer review) 제도를 통해 의학적으로 타당성은 있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진료행위를 둘러싼 환자, 의사, 국가기관의 딜레마가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