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무엇보다 씁쓸한 것은 폐업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당한 기분이 든다는 점이다."
진주의료원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켰던 직원 A씨가 11일 경남도의회가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의결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한 말이다.
그는 노조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으며 얼마 전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라고 했다.
이는 A씨만의 생각이 아니다.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직원 상당수가 진주의료원이 폐업에 이른 게 정치적인 배경이 있는 것으로 봤다.
앞서 홍준표 도지사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한 이후 보건의료노조에 이어 야당 국회의원이 강하게 반발했고, 이는 여야간 갈등으로 번지면서 정치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진주의료원 존폐에 대한 고민보다는 정치적인 논쟁으로 비화됐다는 게 병원 직원들의 생각이다.
실제로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이 통과됐지만, 야당 의원들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겠다며 벼르고 있어 이를 둘러싼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A씨는 "나는 병원을 지키고 싶을 뿐인데 보건의료노조에 이어 야당 의원까지 나서면서 어느 순간 변질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야당에서 공공의료를 지키려고 한 것은 알겠지만 한편으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측면도 없지않아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일자리를 잃은 직원들은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얼마 전 사직서를 낸 또 다른 직원은 진주의료원이 아닌 제2의 공공병원 설립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일각에선 제2의 진주의료원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어 한가닥 기대를 품고 있다"면서 "다시 새로운 공공병원에서 제대로 일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다만 그는 노조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경남도에서 주장한 강성노조에 대해서도 일부 공감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 또한 병원 직원이었고, 노조원들이 정당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상태에서 진주의료원을 계속 이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가령, 진주의료원이 노조의 승리로 병원 문을 다시 열었다고 해도 노조의 입김이 상당히 커져 있는 상태여서 병원 경영을 원활하게 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이제 노조도, 야당 국회의원도 지긋지긋하다"면서 "사실 노조 활동을 한 직원보다 묵묵히 병원을 지켰던 직원이 더 많은데 경남도는 이를 싸잡아 강성노조라 칭하고 결국 폐업에 이르렀다. 만약 새로 공공병원이 생긴다면 그저 환자를 위해서만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