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통으로 의료기관에 내원하면 특별한 진단 없이 항생제를 주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만성골반통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한 이유죠."
대한만성골반통학회 허주엽 회장(경희의대)은 만성골반통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현실을 이같이 지적하며 치료기전에 대한 정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만성골반통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일선 의사들도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치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허 회장은 "만성골반통에 대한 진단명이 나온 것이 2004년이라 아직까지 의사들도 이에 대해 생소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로 인해 진단과 치료에 애를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만성골반통 진단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보니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무의미한 항생제 처방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환기시켰다.
만성골반통은 골반과 아랫배, 엉덩이, 허리 주면에 극심한 고통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병이지만 병변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진단이 쉽지 않은 질병이다.
특히 발병 원인이 스트레스부터 기능성 위장질환, 근골격계 이상 등으로 다양해 일선 개원가는 물론, 대학병원에서도 확진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 회장은 "진단과 치료법이 이제 확립되는 시기라 아직까지 확진이 난해한 질병 중 하나"라며 "이에 따라 우선 만성골반통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학회 차원에서 만성골반통 교과서로 볼 수 있는 '만성골반통' 책자를 발간한 것도 같은 이유다.
경희대, 중앙대 등 26개 대학병원 의료진 40여명이 참여한 이 서적은 학회가 수차례 연수강좌와 미팅을 통해 완성한 교과서.
만성골반통의 정의와 증상부터 각 진료과목별 진단과 치료에 대한 접근법을 담아냈다.
허 회장은 "만성골반통은 기본적으로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한 질병"이라며 "어느 한 진료과목이 아니라 산부인과부터 비뇨기과, 마취통증의학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등에서 공통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만큼 복잡한 질병이다보니 다양한 원인을 분석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이 책이 최소한의 지침이 되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회는 이러한 교과서 발간과 함께 만성골반통재단 등을 설립해 만성골반통에 대한 인식 확산과 연구에 매진한다는 방침이다.
허주엽 회장은 "근본적인 치료법 개발과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관련 연구가 필수적"이라며 "재단을 통해 연구에 박차를 가해 임상의사부터 수련의사, 개원의까지 보다 쉽게 만성골반통에 접근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