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던 4대 중증질환 보장성강화 정책을 발표한 것을 두고 의료계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통령이 공약을 현실화하고, 국민들의 의료보장성을 높인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재정 확보 여부와 의료 공급자에 대한 수가 보상에 대해선 우려스럽다는 게 의료계 전반적인 시각이다.
병원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재정 확보가 안된 상태에서 제도를 추진하다보면 의료기관에 희생을 강요하는 게 아닐까하는 점이다.
병원협회 나춘균 보험위원장은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였다는 점에선 좋다. 문제는 각 상급종합병원의 재정손실을 어떻게 보존해줄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면 대형병원으로 중중환자의 쏠림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그에 따른 재정 손실이 불보듯 뻔한데 이에 대한 보완책이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박상근 상급종합병원협의회장은 지난해부터 대형병원까지 경기불황이 극심한 상황에서 보장성 강화 정책은 대형병원의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충분한 재원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게 아니라면 의료공급자에게 적절한 보상이 없을 것이고 원가에 못미치는 수가를 지급한다면 결국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보장성 강화는 돈을 얼마나 쓰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느냐도 중요하다"면서 "의료기관 쥐어짜기식의 제도는 성공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병원협회는 26일 복지부의 보장성강화 계획 발표 직후 "적정수가 지급을 담보하고, 앞으로 세부항목을 급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병원협회는 또 (가칭)선별급여라는 이름으로 신의료기술까지 차등 급여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드러내며 논의가 필요한 부분임을 명확히 했다.
중소병원계는 대형병원에 비해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장기적으로 보장성강화 정책으로 다른 부분에서 수가를 낮추는 등 부작용에 대해 우려감을 드러냈다.
중소병원협회 백성길 회장은 "현재 정부 정책은 의료기관의 희생이 절대적이었는데 계속해서 의료기관을 옥죄면 분명 문제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보장성강화에 대한 재정 확보방안이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료전달체계를 더 악화시킬 소지가 적지 않아 추가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반면 환자단체 등 시민단체는 보장성강화 정책에는 환영하지만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에 대한 보장성 강화 정책을 제외한 것을 비판하고 나섰다.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일려면 4대 중증질환과 함께 3대 비급여에 대한 보장성도 높여야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가입자포럼 무상의료운동본부는 26일 오후 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대 비급여 보장성강화를 촉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또한 논평을 통해 이번 정부 발표에 3대 비급여가 제외된 것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절름발이에 불과하다"면서 가급적 신속하게 제도를 추진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