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노환규 회장이 일선 회원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불통 행보를 계속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협은 26일 상임이사회에서 투쟁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결했다.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기자 브리핑에서 "불합리하고 잘못된 의료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교수, 개원의, 전공의 등 전 직역을 망라한 투쟁체를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쟁준비위원회는 당장 실력행사에 들어가기 위한 게 아니라 장단기 투쟁 목표와 과제, 전략 등을 수립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의협의 설명이다.
노환규 회장은 이날 대회원 서신문을 통해 "의협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회원의 97%가 제도개선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투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노 회장은 "전국적인 대규모 투쟁을 통해 의사의 급료를 평균 50% 인상시킨 이스라엘의사협회 Dr. Eidelman 회장은 '자신들은 투쟁 전에 1년간 철저히 투쟁을 준비했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 역시 투쟁준비위원회를 신설해 본격적인 투쟁을 위한 전략을 개발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의협이 투쟁준비위를 출범키로 한 것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안이 지난 4월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부결됐기 때문이다.
당시 정총에서 대의원들은 투쟁에 앞서 우선 대정부 협상에 주력하고, 향후 비상 상황이 도래하면 임시총회에서 비대위를 구성해도 늦지 않다며 비대위 구성에 제동을 걸었다.
이런 정총 결정에도 불구하고 의협이 또다시 투쟁준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나서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모 의협 대의원은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부결된 사안을 다시 거론하려면 대의원회의 양해를 구하거나 의료계 내부 여론을 수렴해야 하는데 노 회장이 왜 이런 식으로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모 시도의사회 회장 역시 "대의원총회에서 부결된 지 몇 달이 지났다고 투쟁준비위원회를 거론하느냐"면서 "만성질환관리제 수용 이후 여론이 나빠지니까 국면을 전환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의협 상임이사회에 참석한 일부 이사들조차 투쟁준비위원회 구성안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토요가산 시간대 확대와 만성질환관리제를 둘러싼 논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26일 노환규 의협회장은 SNS를 통해 "(한국형)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 모형개발은 내과, 가정의학과, 일반과, 시도의사회와 대개협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모 시도의사회 회장은 "시도회장단이 만성질환관리제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마디 상의도 없이 멋대로 이런 글을 올린 것"이라면서 "계속 이런 식으로 하면 회장 사퇴론이 더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도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정식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모 대의원은 "지금까지 의협은 만성질환관리제에 반대했고, 수용 여부를 결정한 바 없는데 충분한 의견수렴도 거치지 않고 만성질환관리제 참여를 독려키로 한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독단적인 회무를 중단하고 합리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것을 의협 홈페이지 플라자를 통해 주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