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전문용어를 한글로 표시하는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인정하고 최소한 한자를 병기해 오역을 막아야 한다."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지제근 회원인사위원장(서울의대 명예교수)은 최근 한림원에 기고한 '의학전문용어 관계 정립'이라는 글을 통해 의학분야에 불고 있는 한글전용정책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의학용어 국문화의 한계를 인정하고 한자 병기를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지 교수는 "최근 국립국어원이 한글전용정책을 추진중이지만 과학전문용어는 국문화에 한계가 분명하다"며 "일례로 의학용어의 대부분은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등재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년간 의학분야에서도 전문용어를 순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지만 결국 상처만 남았다"며 "시행착오라고 하기에는 희생이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례로 'Parathyroid gland'를 들었다. 이에 대한 일본어 표기는 부갑상선. 우리나라에서는 용어 정비를 통해 부갑상샘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지 교수는 "para라는 원어의 뜻 자체가 옆이나 근처라는 뜻으로 accessory라는 뜻의 '부'자는 잘못된 표현"이라며 "하지만 일본어를 그대로 차용하고는 선을 샘으로 고치는데만 연연해 부갑상샘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용어가 만들어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잘못된 용어들이 곳곳에서 탄생하면서 전문가들이 우리말 용어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되는 상황이 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그는 이제라도 순 우리말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의학용어에 한자 사용을 권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같은 문제를 덮어두고 한글 전용을 고집하면 의학용어의 표준화와 통일을 지연시키는 결과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 교수는 "전문용어는 전문가만 정비할 수 있는 것이지 국어학자들의 몫이 아니다"며 "굳이 불편함을 무릅쓰고 한글 전용을 고집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차라리 의학용어를 한자로 표시하거나 최소한 한글과 한자를 병기해야 한다"며 "전문용어 자체가 한글 표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하루 빨리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