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복지부까지 나섰지만 의료현장에선 좀처럼 바뀌지 않는 모양새다.
7일 일선 수련병원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두기 보다는 이를 어겼을 때 돌아올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편법이 속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전공의 연 14일 휴가 의무화.
최근 병원협회는 전공의 연 14일 휴가 의무화 등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수련규칙 표준안을 논의 중이며 이를 수련병원 신임평가에 반영해 추후 전공의 정원 배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연 14일 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전공의가 많은 수련병원은 신임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고, 이는 전공의 정원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만약 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경우 휴가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 수련병원들이 서류상 전공의 휴가 14일 끼워맞추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실제로 A대학병원은 법정 공휴일을 포함, 연 14일 휴가를 주고 있다. 공휴일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휴가는 일주일이 채 안되는 셈이다.
심지어 소위 빅5병원이라 하는 B대학병원은 전공의 휴가일수를 맞추기 위해 당직이 없는 주말을 휴가일수에 포함시켰다.
연 휴가 14일을 기대했던 전공의들은 주말을 휴가일수에 포함시키는 병원의 일방적인 조치에 실망한 표정이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의료현장은 여전히 편법만 고민할 뿐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수련병원들이 전공의 휴가에 인색한 이유는 뭘까.
일선 교수들은 병원 운영 시스템 상 한계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재 수련병원 상당수가 부족한 의료인력을 전공의로 때우고 있는 상황이어서 전공의들이 연 14일 휴가로 빠지면 이를 대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A대학병원 교수는 "최대한 전공의들에게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지만 전공의 14일 휴가에 당직이 없는 주말까지 포함하면 약 3주 이상 공백이 발생해 병원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갑자기 연 14일 휴가를 맞추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일단은 공휴일을 포함한 14일 휴가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공휴일을 제외한 연 14일 휴가로 현실화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B대학병원 교육수련부장 또한 "과도기적인 시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시간이 지나면 주 휴일을 제외한 2주 휴가가 정착될 것이라고 본다"면서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전공의 휴일 수를 7일로 유지해 왔는데 이를 갑자기 14일로 늘리려다 보니 병원 운영에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다수의 대학병원이 휴가 14일에 주휴일을 포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