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소액사건 중심으로 신청이 들어오는 것은 환자나 의료계의 신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림대의료원 법제팀 최장섭 변호사는 최근 통과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 민사법적 쟁점에 대한 연구' 석사 논문(연세대 법학과)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5월, 조정중재원 1년이 지난 시점의 통계에 따르면 조정신청된 사건 803건 중 피신청인 동의로 조정절차가 개시된 사건이 299건이고, 이 중 조정이 성립된 사건은 133건이다.
조정이 성립된 사건의 합의금액 분포를 보면 10건 중 7건 수준인 100건이 500만원 미만이었고 ▲500만원 이상~100만원 미만이 4건 ▲1000만원 이상~2000만원 미만이 15건 ▲2000만원 이상~3000만원 미만이 7건 ▲3000만원 이상이 7건이었다.
최 변호사는 "합의금 1000만원 미만 사건 비율이 한국소비자원의 의료분쟁 처리 결과와 비슷하다"며 "환자나 보건의료기관 측에서 모두 고액 사건을 조정중재원 조정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환자는 의료소송 전문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제기하면 조금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변호사 역시 고액 사건은 소송을 권유한다.
병원이나 의사는 환자의 청구에 대응해 법원의 소송 절차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또 고액배상 사건은 환자가 사망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사망 사건은 형사처벌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최 변호사는 그렇기 때문에 병원과 의사들이 조정중재원의 조정절차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장섭 변호사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조정중재원이 법원으로부터 촉탁받는 감정사건을 최대한 많이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환자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결국 조정중재원의 감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조정중재원의 조정절차를 이용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업무상과실치사 사건의 경우까지 형사처벌 특례규정을 적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며 "의료사고는 의학적, 인력적, 시설적, 기술적 한계 등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보건의료인을 처벌하는 것보다는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시키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정했다.
그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무게중심을 둬야 하는 대표적 영역이 의료사고 관련 분야"라고 단언했다.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 보상 재원은 국가 전액부담해야"
한편, 최 변호사는 논문을 통해 의료분쟁조정법의 주요쟁점들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우선,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사업 관련 재원은 국가에서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만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에만 재원을 부담시키는 것은 평등권 침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대불금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불금 재원에 대한 의료기관의 분담금은 현재 규정상 부담금으로 봐야 하지만 예치금으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타인의 의료사고로 인한 배상금을 의료기관개설자가 부담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