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제도 개편의 핵심 축인 인턴제도 폐지안이 표류하고 있다.
특히 폐지 시기를 결정하는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졌던 전국 의대생 대상 전수조사 결과가 2015년과 2018년으로 의견이 갈리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물론 인턴제도 페지안은 수십년을 이어온 수련제도의 근간을 손질하는 과제이니 만큼 쉽게 결론이 나기 힘든, 쉽게 결론을 내서는 안되는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이 논란이 보다 나은 대안을 논의하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사실상 방향성을 잃고 표류한다는 표현이 오히려 적합하다.
복지부의 용역을 받아 2015년도 폐지를 설계했던 의학회는 이제 손을 떠났다는 입장이고 각 의과대학들은 폐지 시점이 정해져야 교과과정 개편에 들어갈 수 있다며 복지부만 바라보고 있다.
병협을 중심으로 하는 수련병원들은 당연히 유보적인 입장이다. 필요성에는 공감할 수 있어도 당장 중소 수련병원의 경영에 직격탄이 올 것이 분명한 상황에 깃발을 들고 나서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사공은 많지만 아무도 배를 끌려하지 않는 현실이 인턴제도 폐지안이 표류하는 이유인 셈이다.
이같은 상황에 복지부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각자의 입장을 조율하고 방향성을 수립해야 하는 정부가 장고를 거듭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초 2015년도로 예정됐던 인턴제도 폐지 시기를 입법예고 직전에 접은 것은 복지부다. 예상치 못한 의대생들의 반발이 이유였다.
당황한 복지부는 나름대로의 묘안을 찾아낸다. 전국 의대생 전수조사가 그 카드다.
의대생들에게 직접 인턴제도 폐지 시기를 결정하게 하면 의대생들의 반발을 무마시키는 동시에 폐지 이후 나타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책임을 회피할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복지부 입장에서 이는 묘안중에 묘안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자충수가 됐다. 2015년과 2018년으로 의견이 양분되면서 이제는 어느 시점을 선택해도 반발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됐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전수조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그 결과에 맞춰 입법예고를 하겠다던 정부는 또 다시 장고에 들어갔다.
다시 유관단체를 불러 모아 전수조사 결과를 분석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일부에서는 다시 전수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세상의 어떤 정책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그렇기에 정책 입안자는 비판에 열려 있어야 하고 그에 걸맞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어느 누구도 정부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 맞아야할 매가 있다면 기꺼이 맞아야 한다. 장고는 악수를 부르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