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인권실태 및 개선방안 토론회'에선 일선 전공의들이 직접 참석해 자신들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날 토론에 나선 전공의 중에는 자신이 겪은 에피소드를 소개하던 중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는 등 심적인 고충이 컸다고 털어놨다.
고대안암병원 노경한 전공의(정형외과 4년차)는 자신의 외할머니가 입원을 해서 고관절 수술을 받았을 때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외할머니가 입원을 해서 내가 주치의를 맡았다. 챙긴다고 챙겼는데 수술 후 고관절이 빠져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았다. 당시 너무 바쁘고 잠을 못잔 탓에 피곤하다보니 중요한 부분을 놓친 것이다. 차분하게 환자를 봤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너무 가슴이 아팠다."
그는 외할머니 이외의 다른 환자에게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실수를 한 게 아닐까 싶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면서 울먹였다.
그는 이어 "빠듯한 일정에 쫒기다보면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 아쉽지만 상당수가 수면을 택하거나 술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덧붙였다.
세브란스병원 장성인 전공의(예방의학과 2년차)는 근로자의 기본 권리인 휴가를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그는 공무원 등 일반 직장인의 휴가 14일과 전공의 휴가 14일은 개념부터가 다르다고 했다.
직장인들의 휴가는 주말, 공휴일을 제외한 연 14일간 휴가를 사용하지만, 전공의들은 주말에 쉬는 것도 휴가에 포함시켜 실질적인 휴가일수는 몇일 안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전공의는 왜 보통 사람들과 다른 개념의 휴가를 받아야 하느냐"면서 "우리도 보통 사람들의 인권을 누리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대전협 복지이사를 맡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주영민 전공의(응급의학과 3년차)는 대부분의 전공의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할 지 몰라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전공의들은 피교육생과 근로자 이중신분에 대해 인정하지만 수련환경을 생각하면 근로자에 가깝다고 했다.
동국대 일산병원 선한수 전공의(소아과 4년차)는 "개인적으로 수련의라는 생각보다는 근로자라는 느낌이 크다"고 털어놨다.
근무를 하다보면 수련을 받는다는 생각보다는 단순히 병원에 부족한 의료인력을 대체해 값싼 노동력으로 떼우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이에 대해 대전협 경문배 회장은 지난 2008년, 2010년 두차례 설문조사에서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이 100시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심각성을 알렸다.
그는 하버드의대 체이즐러 박사팀 연구결과를 제시하며 "전공의가 연속으로 30시간 이상 일하고 교대근무하는 경우가 한달에 5회 이상 반복되면 의료사고 위험이 300%까지 급증하고, 치명적인 의료과실을 범할 가능성이 700% 이상 증가한다"고 환기시켰다.
한편 그는 전공의 인권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신임평가위원회 독립화와 함께 전공의 수련환경 모니터링TFT 현실화, 전공의 특별법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