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방자치단체가 의료급여 구상금을 받기 위해 의료기관에 납입통지서와 영수필통지서를 보낸 것은 공권력 남용이라는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의료급여 구상금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것일 뿐 지방자치단체가 임의로 징수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울산지방법원 행정부는 최근 1189만원의 의료급여 구상금 징수 결정을 받은 의료기관이 처분의 부당함을 물어 한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납부고지 처분 취소소송에서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19일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환자 A씨가 B의료기관에서 뇌졸중으로 입원치료를 받던 중 병실에서 골절상을 입어 C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B의료기관이 시설물과 환자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A씨가 다친 만큼 의료급여법 15조와 23조에 의거해 이에 대한 구상금을 납부해야 한다며 총 1189만원 상당의 납부고지서와 영수필통지서를 보냈다.
그러자 B의료기관은 지방자치단체가 우월한 지위를 활용해 이같은 처분을 내렸다며 구상금 납부고지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한 납부고지문에 따르면 '구상금을 징수 결정했다'는 표현을 사용했고 납입통지서와 영수필통지서 서식을 사용했다"며 "또한 기간 내 미납시 지방세법에 의해 재산이 압류될 수 있다고 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문구를 보면 납부 고지문은 법을 집행하기 위한 공권력 행사로 볼 수 밖에 없다"며 "결국 공권력의 주체로 우월한 지위에서 행하는 처분으로 봐야 한다"고 못박았다.
의료급여 구상금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만을 갖는데도 행정청의 지위를 이용해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이다.
또한 법원은 납부 고지를 하면서 공단이 근거로 제시한 의료급여법 15조와 23조 규정도 잘못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현행 의료급여법 15조는 환자가 고의적으로 사고를 발생시키거나 정당한 이유없이 의료기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의료급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의료급여법 23조에는 부당한 방법으로 의료급여를 받은 자나 급여비용을 받은 의료기관에 부당이득금 환수를 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법 조항들은 이번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는 규정"이라며 "이 규정을 이용해 구상금 납부 고지를 한 것은 명백한 문제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결국 아무 관계도 없는 법규정을 적용해 권리도 없는 징수 처분을 한 것은 명백하게 이 지방자치단체가 잘못한 것"이라며 "따라서 B의료기관에 내린 구상금 납부고지처분은 무효"라고 판결했다.